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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스 Oct 17. 2024

자식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2)

내 생각과 불안을 내려놓고 믿음 갖기

나는 스무 살 때 애착유형을 알게 된 이후 평생 불안정 애착이 컴플렉스였다.

마음을 나눌 믿을만한 존재가 없어 세상이 차갑게 느껴졌고 외로움을 많이 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 없이 저 사람이 날 좋아할까 눈치를 보고,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나누기 어려워했다. 나를 판단하고 미워할까 봐,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내가 먼저 거리감을 뒀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일의 측면에서도 자신감이 있지 않은 상태다.

뭘 하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다.

위축되고 걱정이 많고 도전하지 못하고 움츠러든다.

이 모든 걸 불안정한 애착을 탓하고 살아왔다.


아이를 낳은 이후 아이들에게 불안정애착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사랑받지 못한 과거를 탓하며 내 아이에게는 안정적인 사랑, 화목한 가정을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친할머니를 우리 가정의 갈등요소로 보았기 때문에, 고부간의 갈등은 나에게 민감한 주제였고

무슨 수를 쓰든 시어머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시어머니의 작은 간섭도 우리 가정을 뒤흔들려는 횡포로 보았다.

시어머니의 연락이 극도로 꺼려졌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화목한 가정을 내 힘으로 이룰 수 있을까?

시어머니로부터 떨어지면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까?

이미 상처와 갈등으로 얼룩진 엄마인 나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존재일까?


스스로 노력하면 화목한 가정을 내 힘으로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었는지.


유년시절 할머니는 늘 우울해하셨다. 아빠가 스무 살 즈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할머니는 그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며 늘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일찍 남편을 잃은 본인 신세를 한탄하셨다. 80세가 넘어 돌아가실 때까지...

당시 할머니는 기독교인 우리 집에서 제일 신앙이 좋으셨는데 (가족 중 유일하게 집에서 성경을 읽으시고 소리 내어 기도를 하신 분이셨다) 남편을 일찍 보낸 것은 신앙으로 극복할 수 없는 일일까 의아해했다.


이상하게도 우리 시아버지도 젊은 나이에 아프셨고 일찍 돌아가셨다. 만 60세, 그 해 공무원 정년퇴임을 앞두시고.. 그때는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1년이 갓 지난 시점이었다. 나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홀로 계신 시어머니를 우리가 모셔야 할까 걱정이 앞섰다.


시어머니와 같이 살게 된다면, 나도 친정 엄마처럼 자녀들을 내 손으로 챙기지 못하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맞벌이를 하며 자녀들을 감정기복이 심한 시어머니 손에 맡겨야 할 것 같았다. 자녀들은 할머니의 부정적인 감정을 직접 겪으며 나처럼 안정적인 부모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채 자랄 게 눈에 그려졌다.


나의 바람은 아이들이 행복하는 것, 그리고 나를 따라다녔던 애착 문제를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는 것. 그게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행복이라 생각하며 어머니를 밀어냈다.

우리 집에 올라오신다고 하면 불편해했고 올라오셔도 오래 계시면 눈치를 줬다.


어떤 시어머니는 알아서 자식 집에 안 찾아오고 오래 안 있다 가시지만 우리 어머니는 자녀들이 오셔라 오셔라 하고 더 있다 가셔라 말하는 게 어른에게 할 예의라고 생각하셨다. 나는 속에도 없는 말을 할 수 없었고, 시어머니가 오시는 걸 불편해했다.


하지만 불안과 걱정이 사람의 숨통을 트이게 하지 못한다.

어떤 부분에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다면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극복된다.

아이들을 올바로 훈육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나도 나의 상처를 보듬고 극복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경험했던 할머니와 그때 느꼈던 감정을 시어머니에게 투사하는 것을 멈춰야 했다.

시어머니는 할머니와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다른 면도 많다.

시어머니는 나의 할머니보다 훨씬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경제적 안정도 이루고 계신다.

시어머니는 아이들을 꽤나 잘 돌봐주신다. 첫째 아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어머니를 많이 닮은 첫째 손녀딸을 사랑하신다 (둘째는 내 성격을 닮았는데... 잘 이해해 주시려나..)


혼자 살고 계신 시어머니가 합가 하자고 하시진 않을지, 가까운 데 살려하시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오히려 남편이 완고했다. 어린 시절 시어머니를 겪으며 마음의 문을 닫은 남편. 나보다(적어도 나만큼) 어머니를 힘들어하는 남편은 같이 사는 일, 근처에 사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시아버님 돌아가신 지도 벌써 7년... 어머니는 여전히 고향집에 계시다.


내가 마음을 추스르고 시어머니를 겪어가며 알아갈 시간도 7년이 있었다.

그동안 시어머니에 대한 비현실적인 걱정과 불안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이젠 내가 어머니가 올라와 아이들을 봐주시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하지만 작년 7주간 같이 지내며 겪은 바가 있어 이내 생각을 접는다.)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이시기에 갑작스럽지 않고  서서히 시간을 들여 어머니를 알아가게 하신다.


어머니는 계속 부동산 정보를 티비나 유튜브에서 찾으시며 수도권으로 올라오실 집을 찾으시는데 어머니 성격상 정말 일을 벌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지금은 너무 멀리 계셔 오고 가기 불편한데 수도권 적당한 지역으로 올라오셔서 한두 달에 한 번이라도 왕래하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거의 경험에 얽매여 현실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말자. 현실만을 현실로 받아들이자...

혹여나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기더라도, 하나님이 더 좋은 것을 주실 분임을 신뢰하자.



표지 이미지: Unsplash Christian Bow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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