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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석 Feb 23. 2017

냥이들의 거리 Street of Cats #02

Istanbul, Turkey

이스탄불 여행자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시장 중 이집션 바자르, 스파이스 바자르로 통칭하는 므스르 차르쉬Mısır Çarşısı가 있다. 그 시장 근처엔 예니 자미 Yeni Cami라는 사원이 있는데, New Mosque라는 명칭과 달리 1665년에 완성된 적지 않은 나이의 사원이다. 그 사원의 안뜰에서 이스탄불 여행의 첫 냥이와 조우했다.

예니냥이라고 부를거냥?

안뜰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슬금슬금 다가와 눈을 마주친다. 때마침 라마단 기간이라 예절을 지키고자 간식을 챙기지 못했는데, 무언가 원하는 눈빛을 만족시킬만한 것이 딱히 없던 차였다. 가진 것이라곤 방금 산 차가운 생수뿐이었으니, 터키어로 soğuk su (차가운 물)이라고 말하며 '예니냥'에게 건네주었다.

좀 차지만 고맙다냥


다음날, 테오도시우스 성벽에서 키리예 박물관을 지나 술탄아흐멧 지구로 걷다 보면 제법 긴 여정의 중간쯤 술탄 메흐멧 2세의 별명인 '파티Fatih'(정복자)를 딴 파티 자미Camii(모스크)가 있다. 여행자들의 동선에선 조금 벗어나 있는 파티 지구에 위치한 이 사원에 들어가게 된 것은 나를 향해 다가온 두 '파티냥' 덕분이었다.

어서와, 파티지구는 처음이지?

'파티냥'들은 흔치 않은 외국인의 방문에 호기심을 느꼈나 보다. 내게 물이나 차를 건네주던 파티 자미 근처의 이스탄불 사람들만큼이나 말이다. 잠깐 경계하던 두 마리의 '파티냥'들은 금세 내게 다가오더니, 내 발걸음을 이끌기 시작했다. '파티냥'들을 따라 살금살금 다가간 곳은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이었다.

고양이들의 천국. 천국보다 낮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하순의 이스탄불에서 잠시나마 열기를 잊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파티냥'들이 이끈 파티 자미 뒤편에는 자미 근처에 사는 이스탄불 사람들이 만들어준 꿀 같은 냥이들만의 휴식공간이 있었다. 아무런 경계 없이 망중한을 즐기는 '파티냥'들이 마냥 부러워지는 한 낮이었다. 

고양이 알러지만 없으면 함께 누워있고 싶고나.



Location : Istanbul, Turkey

Date : August 27,28, 2008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Epson R-d1

Lens: Helliar 15mm f4.5

Editing : Epson PhotoRAW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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