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nom Penh, Cambodia
동남아시아의 수도라면 으레 번잡한 여행자 거리 하나쯤은 가질 법도 하지만, 프놈펜 Phnom Penh ភ្នំពេញ은 유독 그 편견에서 벗어난 곳이다. 여행자들에게 프놈펜은 태국, 라오스에서 앙코르와트를 보고 호찌민으로 향하거나, 캄보디아 남부 해변을 가기 위해 잠깐 경유하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프놈펜 강변은 외국인보단 현지인들의 삶이 아직 남아 있다. 왕궁 근처의 사원인 왓 우날롬 Wat Ounalom វត្តឧណ្ណាលោម도 (강변에서 접근성이 좋아) 온갖 가이드북에 소개된 것과 달리 명절 때를 제외하면 한가한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람들을 잘 따르는 '우날롬냥이'가 있다.
몇 번을 드나들었던 왓 우날롬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돈내기 전까진 뭐든 다 해줄 것 같은 툭툭 아저씨들의 호객도,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기부금을 삥 뜯는 스님 같은 사기꾼보단 '우날롬냥'의 감을 믿고 함께 다니기로 한다. 앞뜰의 사원을 지나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스님들의 거주구역이 나타났다.
가장 무덥다는 4월은 지나가고 우기가 시작되긴 했지만 여전히 날은 무덥다. 우날롬냥을 따라 들어선 뒷 뜰에 와서야 나무들과 사원이 만들어 준 아늑한 그늘에 다다를 수 있었다. 스님들의 거처를 둘러보고 눈인사를 나누며 냥이를 따라 뒷 뜰을 산책한다.
산책을 끝내자는 제스처일까. 뒤뜰을 둘러보고 나니 냥이는 바닥을 뒹굴기 시작한다. 우쭈쭈 하며 함께 놀아주기 시작하니 뒹굴뒹굴하다 배까지 까고 드러눕는다. 주섬주섬 챙겨 온 간식거리를 나눠먹고 나니 늘어지게 하품하며 기지개를 켠다. 한가로운 절 뒷 뜰의 볕 좋은 아침, 좋은 선물을 받고 가는 기분이다.
Location : Phnom Penh, Cambodia
Date : May, 2012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D700
Lens: af-d Nikkor 24-85mm f/2.8-4
Editing : Epson PhotoRAW 1.21, Adobe Lightroom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