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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석 May 08. 2017

냥이들의 거리 Street of Cats #07

Turkey, again

6년 만에 다시 찾은 이스탄불의 첫 코스는 아야 소피아 박물관 Ayasofya Müzesi. 두 번이나 불에 타 사라진 같은 이름의 성당을 재건하기로 결심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설계를 맡았던 이시도르와 안테미누스, 부셔버리지 않고 깔끔하게 이슬람 사원으로 재활용한 정복자 술탄 메흐멧 2세, 박물관으로 개방한 터키 공화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그리고 건축과 보수에 모든 열정을 불어넣은 이름 모를 건축가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여전히 살벌한 입장료(40TL, 약 1만 2천 원?)에 눈물을 ㅠ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피아냥'은 눈만 감고 있을 뿐.

관광객이 지나가든지 말든지.

자고 있는 건가...? 궁금해서 곁에 다가가 손짓도 해보고 간식거리도 꺼내서 주섬주섬 흔들어보지만, 당최 요지부동이었던 '소피아냥'. 옆에 앉아서 손도 내밀고 조금 쓰담쓰담도 해보았지만 고개만 우리 쪽으로 살짝 돌리곤 눈은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럴지도?

그렇게 6년 만에 처음 만난 이스탄불 냥이에겐 눈길 한 번 못 받고 아야소피아 박물관을 떠난다. 우리를 주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뒤를 살짝 돌아보니 여전히 눈은 뜨지 않은 채 고개만 우리 쪽을 향하고 정자세를 취한다. 한 번 더 돌아봤을 때도 여전히 눈은 감은 채로.

누가 누가 이기나.

6년 전과 마찬가지로 사프란 버스회사를 통해 사프란볼루로 향한다. 6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행선지가 크란쿄이가 아니라 사프란볼루라고 쓰여있었다는 점. 흐르는 세월만큼이나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있었다. 6년 전 시아버지의 펜션 운영을 도와드리던 야스민과 남편 야신은 어느덧 자기 아들 Efe와 딸 Asya 이름을 딴 펜션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었다. 조금 어수룩했던 야신은 중후한 꽃중년이, 그때도 똑순이였던 야스민은 지금도 훌륭한 펜션 주인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주인 부부와 옛이야기를 나누며 야간 이동의 피로를 풀던 차, 전망 좋은 테라스 아래로 냥이들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침 다 먹었으면 산책할 준비 하라냥!

'사프란냥'들이 무리 속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녀석이 있다. 오드아이를 한 턱시도 냥이었다. 도도한 고등어 무늬 냥이들 사이를 지나 우리에게 다가온 턱시도냥. 반짝이는 오드아이가 6년 전 반에서 만난 반 고양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렇게 냥이들은 내게 좋은 추억과 계속 마주하게 도와준다.

과거와 현재를 함께 바라보며 사프란 산책 콜?

기억에 남을 여행지를 만났을 때, 우리는 늘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러면서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체념도 함께. 그랬던 체념을 뒤로하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터키를 다시 찾았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그 행운의 상당수는 내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던 '터키냥'들의 가호 덕분이었으리라.

가끔은 익숙한 곳을 다시 둘러보는 것도 괜찮지.

Location : Istanbul & Safranbolu, Turkey

Date : July, 2014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Nikon Df

Lens: af Nikkor 35mm f/2D

Editing : Adobe Lightroom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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