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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석 May 18. 2017

냥이들의 거리 Street of Cats #08

Epilogue, Korea

미세먼지 때문일까. 이번 봄은 유독 춘곤증과 인연이 닿질 않는다. 한국에서 봄이라면 으레 조금이라도 볕이 좋은 날 어김없이 집안일을 내려놓고 거리로 나선다. 그 거리엔 내가 잊은 춘곤증을 만끽하는 서울 냥이들이 있다. 누구도 경계하지 않으며 꿀잠 자는 봄날의 냥이들의 사진을 마주하면 나 역시 덩달아 노곤노곤 해진다. 잊었던 춘곤증이 되살아 나는 기분. 그렇지만 그런 고마운 냥이들을 한국 하늘 아래에서 만날 일이 얼마나 될까.

그냥. 볕이 좋아서.
참치캔 1+1을 꿈꾸며.


애교를 부리거나 늘어지게 자는 냥이들을 만나기는커녕 보통은 내 영역에 들어오는 인간들을 경계하거나 주는 음식마저도 주의 깊게 살피기 일쑤다. 차량 아래에서 조용히 때만 엿보면 다행이지 본넷이라도 들어갔다가 큰 사고를 겪을 때도 있으니, '헬조선'의 삶은 고양이에게도 극한 직업인 게다.

일단 지켜보고.
고기를 주는 사람은 많지만 선뜻 나서지 않는다.
숨고 싶어서 숨는건 아니겠지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 감당할 수 없는 주거환경의 열악함. 냥이들은 그렇게 인간의 필요에 의해 도시에 정착했고, 오래된 골목들과 함께 버려졌다. 이제는 쓰레기봉투를 뜯는다며, 발정기 울음소리가 기분 나쁘다며, 혹은 그냥 재수가 없다는 이유로 내몰린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고양이는 말이 없다.


살살살 다가와 살짜쿵 애교 부리며 동네 터줏대감처럼 그럴싸한 풍경으로 안내해 줄 '고양이의 보은'을 기다리며 '냥이들의 거리'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 주제로 2주 뒤에 찾아뵙겠습니다 :)

애교를 부린다고 경계를 푼 것은 아니다냥.

Location : Seoul & Mokpo, Korea

Date : Jan. 2009, Jan.Mar 2012, Nov 2014, May 2017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Epson R-d1, Nikon D700, Df, iPhone 5c

Lens: Color Skopar 35mm PII, af-d Nikkor 24-85mm f/2.8-4, af-s Nikkor 58mm f1.4N

Editing : Epson PhotoRAW 1.21, Adobe Lightroom 3.6, Adobe Lightroom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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