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자의 방어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오늘의 기록. 나의 기능을 '꽃'으로 만들어주는 '가설'에 대해 기록하고자 한다.
기획에서 가설은 주로 1) 현상의 원인을 예측하거나 2) 성과를 검증하기 위해 사용된다.
예를 들어, MAU(Monthly Active User)가 떨어진 현상이 있다. "왜 MAU가 떨어질까?"와 같은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방학이 시작되어 사용자들의 외부 활동이 많아졌기 때문"과 같은 사용자 행태 기반으로 가설을 세웠다면 정말 방학이 MAU 하락의 영향인 지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가설을 검증할 수 있다. 매 방학 시즌마다 데이터의 변화가 있었는지 검증을 해보는 것이다. 실제로 방학으로 인한 외부활동이 MAU 감소의 원인이라는 것을 데이터로 입증했다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Action Item을 수립할 수 있다. 여기서 "방학이 시작되어 외부 활동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해 보는 것이 가설 중 하나이다.
가설은 관점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월 마트에서 기저귀 용품 옆에 맥주를 함께 진열한 사례가 있었다. 왜 기저귀 옆에 맥주를 진열했을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기저귀를 구매한 고객이 맥주를 함께 구매한 데이터를 통해 "집에서 거리가 먼 마트까지 기저귀 구매 심부름을 온 남편들이 보상심리로 맥주를 구입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한다. 기저귀와 맥주는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남편의 보상심리'라는 가설이 있었기 때문에 기저귀 옆 맥주라는 액션이 타당해지고 실행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위 사례는 빅데이터 분석이 왜 필요한 지를 이야기하는데 자주 활용되는 사례이지만, 데이터가 많은 것들을 담고 있어도 기획자가 이를 발견하고 실행하기까지는 다양한 가설을 세워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높지 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요소들도 가설로써 액션이 타당해진다면 그 액션은 하나의 성공 법칙이 되기도 한다.
가설로써 액션이 타당해지면 하나의 성공 법칙이 되기도 한다.
기획 과정에서 우선순위와 효율성을 판단할 때 가설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 지점을 세워보며 성과를 예측하여 ROI(리소스 대비 효율)를 효과적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
팀 그리고 본부 더 나아가 기업은 매년 그 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들을 설정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세부적으로 반기, 분기, 월의 목표 또는 개인의 목표가 된다. 지난 설득 편에서 조직은 언제나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놓고 "시점"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우선순위는 기업의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임팩트가 큰 것을 기반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기획자는 가설을 통해 기획한 내용이 기업의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지, 기여한다면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여 설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예측이 실제 서비스를 론칭한 후 결과와 얼마나 일치하는 지를 비교함으로써 기획의 잘한 부분과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검증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피드백과 검증이 쌓일수록 기획이 더 탄탄해지고 의사결정자는 기획의 내용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된다.
때로는 서비스 론칭 후 결과 지표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필요에 의해 작업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도 미리 가설을 통해 결과 지표를 예측하고 공유해 보는 것은 훗날 론칭 후 서비스 결과 지표가 낮더라도 기획자의 기획을 방어해 주는 좋은 무기가 된다.
훗날 기획자를 방어해 주는
좋은 무기가 되기도 한다.
기획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과 관점들이 오고 가며 어떤 것이 더 좋은 기획인 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다. 그럴수록 다양한 관점으로 수립한 몇 가지 안에 대한 가설을 먼저 세워보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어떤 것이 좀 더 부합하는지 정리해 볼 수 있다면 그 기능은 결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