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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서비스 기획자는 개발을 얼마나 알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몰라도 괜찮다.

내 꿈은 오랜 기간 PD였다. 그래서 방송영상학을 전공했다.


대학시절, 대부분의 강의는 기획 방법론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하루빨리 PD라는 꿈에 가까워지고 싶었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편집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대학방송국에서 엔지니어로 동아리 생활을 시작했다.


엔지니어는 편집기술자 역할을 하며 PD부 친구들이 기획한 문서에 따라 방송용 카메라로 촬영하고, 편집하고, 송출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획자의 문서를 토대로 개발을 하는 개발자와 비슷한 포지션이었던 것 같다.


이때의 난 ‘기술'을 모르는 일부 기획들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PD가 대단한 편집 기술을 요구하는 장면을 바라면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까칠하게 굴었다.


"그 장면은 나 같은 아마추어 1명이 아니라, 전문가 여러 명이 작업한 거야."

"마감까지 3주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일주일밖에 안 남았잖아.


(이 경험으로 훗날 화가 많이 난 개발자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편집 기술을 쌓고자 한 해에 80편이 넘는 영상들을 제작했고 영상편집 툴뿐만 아니라 영상소스를 가공하는 법을 배우려고 휴학을 하며 디자인과 수업들을 청강했다. 더 나아가 방학에는 3D 제작 툴까지 배우러 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영상 공모전에서 수상도 여러 번 하며 꽤 좋은 편집실력을 갖춰갔다.


하지만 더 좋은 편집기술에 집착(?)하는 동안 내가 꿈꾸던 PD라는 직업에 더 가까워졌을까? 


사실, 나는 언론고시를 준비했어야 했다. PD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첫 번째 문은 방송사 시험이었으니까.


물론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는 없다. 직접 해봤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구현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고 직접 해봤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시절 좀 더 중요한 것이 따로 있었을 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지금의 난 서비스 기획자가 됐다.


주니어 시절, 개발자들과 소통할 때마다 '내가 개발을 해봤다면 이해가 더 빠르지 않았을까?', '내가 개발을 안다면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을 했다. 


서비스 기획자가 프로젝트를 론칭하기까지 손과 발이 되어주는 개발자. 가장 의논을 많이 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다면, 개발 공부가 가장 필요한 게 아닐지 많은 주니어 기획자들이 고민을 한다.


그러나 경력이 쌓이면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개발을 안다는 건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기획자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좋은 기획'을 하는 것.


서비스 기획자는 사용자 중심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며, 비즈니스 목표에 따른 서비스 콘셉트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에 따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MVP가 무엇인 지, 도입 시기와 우선순위를 판단한다. 그렇게 설정한 프로젝트의 당위성으로 협업부서를 설득하며 프로젝트를 이끌고 서비스 전반의 정책을 세우며 다양한 이슈들을 관리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합의를 도출하고 교통정리를 하는 ‘키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개발을 많이 아는 기획자라면 개발자와 소통이 수월한 기획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좋은 기획’을 하기 위한 노력은 개발을 공부하는 것과 다른 카테고리에 있다.


C언어를 배우고 코딩을 경험한다고 해도 직접 개발 소스를 보며 참여할 게 아니라면, 결국 개발 지식이 필요한 이유는 '의사소통'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다면 C언어, 파이썬 등을 무턱대고 공부하는 게 아닌 기획자로서 개발자와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한 목적임을 잊지 않고 큰 그림에서 서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클라이언트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획자의 상세한 정의가 개발자에게 왜 중요한 지 등을 먼저 이해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 그럼 일단 개발 공부에 대한 미련은 접어두고 '좋은 기획'을 하기 위해 다음 노트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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