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실효성에 대한 고민
서비스 기획자라면 종종 특허를 고려하게 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서비스 기획자가 특허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
1) 직접 기획한 서비스의 특허 등록
2) 타 서비스의 특허 침해 여부
오늘은 서비스 기획자로서 특허 등록과 관련하여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했는지에 관해 적어보기로 한다. 전문적인 내용이 아닌 경험담으로...
“이거 특허로 한 번 등록해 봐.”
“네.(…오호, 이걸요?)”
팀장님이 기획 결과물을 특허로 등록해 보라고 했을 때, 한 편으로는 설레는 마음도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특허 등록이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특허는 배타적인 독점권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통상의 지식, 상식으로는 기획하기 어려운 "새롭고 진보적"인 것에 대한 증명과 인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특허 등록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법무팀과 컨텍하여 특허 등록을 논의할 법무법인의 변리사와 미팅을 하는 것이었다.
변리사와 미팅을 진행하며 다음의 과정을 거쳤다.
1) 특허 등록을 위한 서비스 설명
기획 결과물에 대해 특허 등록을 논의할 때는 UI와 같은 디자인적인 부분이나 상표출원보다는 IT서비스로써 구동 프로세스와 기술이 왜 특별한가에 관한 로지컬한 부분을 설명했다.
특정 비즈니스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 A에서 B가 구현되는 프로세스가 새로운 발명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 부분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특별함에 대해 IT서비스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2) 기존 특허 중 유사한 것에 관한 검토
또한 배타적 독점권을 줄 만큼 해당 기술이 신규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고려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또는 유사한 기존 특허가 없는가"에 대한 부분이 중요했다.
이 부분은 변리사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지만 직접 검색해 볼 수도 있다.
"키프리스"라는 사이트에서 특허와 관련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와 관련된 핵심 키워드로 검색하면 관련 특허를 볼 수 있다. 1) 등록된 특허의 요약 내용과 2) 구동 방식에 대한 도면을 확인할 수 있고 3) 특정 특허와 유사한 특허를 함께 필터링하여 볼 수도 있으며, 4) 현재 해당 특허의 등록 상태도 확인 가능하다.
이렇게 '키프리스'를 통해 출원된 또는 등록된 특허들을 검색하다 보면 단순한 알고리즘처럼 보이는 도면들도 꽤 볼 수 있는데, 도면 이미지만을 보고 "특허 등록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라고 생각하기에는 거절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3) 특허 등록에 대한 논의
이렇게 변리사에게 특허 출원을 희망하는 서비스를 설명하고 관련 유사 특허들을 검색하여 신규성이 인정될 만큼 유사한 특허가 없다고 판단되더라도, 특허 등록을 바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변리사와 특허 출원을 검토하며 특허 등록이 가능할지에 관한 논의뿐만 아니라, 특허로 등록하는 것이 과연 이득이 있는가에 대한 실효성을 따져보게 된다.
막연히 특허가 등록되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1) 출원 내용의 공개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주의해야 할 것으로는 특허 출원 내용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를 출원하게 되면 심사를 통해 실제로 권리를 가지게 되는 '등록'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는데 출원 후 1년 6개월이 지나면 특허 출원의 내용이 공개될 수 있어 특허 등록 전 기술의 중요한 부분이 공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2) 특허 등록 및 유지 비용
또한 특허 등록도 비용이 드는 일이다. 특허를 등록하는데 발생하게 되는 비용, 변리사의 인건비 그리고 특허 유지에도 유지비가 들어간다.
따라서 내용의 공개, 비용 등을 따졌을 때 특허 등록을 통해 독점적 권리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해 볼 필요가 있다.
3) 특허 등록의 목적과 실효성
특허를 등록하는 것도 결국 중요한 것은 목적이다.
무엇을 위해 특허를 낼 것인가.
기술의 독점적 권리를 위해 특허를 낸다면 타 서비스가 침해 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그만큼 사업의 유지에 있어 중요한 기술인가?
그만큼 차별화된 경쟁력 있는 기술인가?
결과적으로 나의 경우, 논의를 진행했던 서비스에 대해 특허 출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그 이유는 특허 등록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특허 등록을 위해 상업성, 신규성, 진보성을 입증하여 특허가 등록될 수 있도록 통상적인 부분들을 제외한 특정 프로세스와 기술을 출원하게 되는데, 특허 출원의 범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특허로 출원하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상세할수록 추후 타 서비스에서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할 때 배타적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가 줄어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서비스가 A > B > C > D > E의 프로세스로 구동되는데 특허 등록을 위해 통상적인 기술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제외하고 B > C에 대한 내용만을 특허로 출원하였다. 그런데 타 서비스에서 A > B' > C > D > E의 프로세스로 유사하게 구동되어 특허 침해를 주장하였을 때, 전체적으로 구동되는 프로세스가 아무리 유사해 보여도 침해의 내용에 대해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특허를 등록하였을 때 침해에 대한 법적인 근거와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 꼭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들이 있을 것이다. 그 실효성에 대한 판단 역시 기획자 본인이 하게 되는 것 같다.
특허, 하나쯤 내보고 싶었지만… 결국 특허 등록의 목적, 비용 그리고 실효성에 대해 따져보고 사업적으로 이득이 명확하지 않음에 대해 팀장님과 상의하여 특허 등록을 포기했다.
왠지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언젠가 엄청난 발명을 하게 되었을 때, 실효성이 더 클 때 쟁취해야겠다. 특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