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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개편으로 받게 된 카톡에 대한 답

"기획자로서 이번 카카오톡 개편 어떻게 생각해?"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기획자로서 이번 카카오톡 개편 어떻게 생각해?"


업데이트 전이었지만 이미 다른 단톡방에서도 불평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날 하루를 강타한 최고의 이슈가 '카카오톡 개편'인 것이다.


많은 서비스들이 나름대로 대대적인 개편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언론까지 활용하며 개편 사실을 알리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나는 카카오톡을 업데이트하기도 전에 입소문으로 이 개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핫한 개편인가.


아무튼 친구의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니, 기획자로서 이번 카카오톡의 개편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고민을 해 봤다. (다양한 기능 개편이 있었겠지만 사용자들이 가장 비판하고 있는 것, 친구 목록을 1 depth 뒤로 보내고 프로필 이미지 변경에 관한 타임라인형 리스트와 광고를 결합한 개편에 대해 적어본다.)




사용자들이 카카오톡에 기대하는 기능은 뭘까?


사용자마다 앱 사용 행태가 다를 수도 있지만 카카오톡의 주요 기능은 '메신저'이다. 다른 SNS들도 메신저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카카오톡은 이들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다.


카카오톡을 통해 메신저를 받았을 때 "읽음" 표시만 남기고 떠나는 것은 SNS에서 공유받은 쇼츠를 읽기만 하고 떠나는 것과는 다른 '불편감'이 있다. 좀 더 커뮤니케이션이 직접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이디를 통한 검색 기능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번호'를 알아야만 친구 목록에 추가할 수 있고 '메시지'가 유일한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할 때 사람들은 "폐쇄성 기능"을 활용한다.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도 "비공개" 계정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조차 개인의 기록 도구로 사용하고자 '팔로워'를 통해 '공개'를 제한한다.


이런 사람들이 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카카오톡을 쓸 때는 번호를 주고받은 인맥들 중에서도 "숨긴 친구", "즐겨찾기" 기능 등을 활용하여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리스트를 다시 협소하게 관리하기도 하고 또 '생일 축하'의 연락에도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은 "생일 비공개" 기능을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번호(또는 아이디)를 알려준 사람만" 나의 정보를 볼 수 있음에도 더 정보를 제한하고 싶어서 "멀티프로필" 기능을 활용하기도 한다. 어떤 정보를 제한하기 위한 기능인가? 바로 '프로필 이미지와 상태 글'이다. 이미 '번호'를 통해 필터링된 사람들 중에서도 나의 특정 프로필 사진과 상태 글을 볼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분류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대부분 '프로필 이미지'는 나를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설정한다. 나를 대표한다는 것은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여러 장을 업로드하는 SNS 속 이미지들 달리,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거나' 내가 가장 '특별하게 여기는 것' 또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고르고 골라 선택하게 한다.


그래서 SNS에 사진을 자주 올리는 것보다 카카오톡에서 '나를 대표하는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것을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자주 바꾸는 것은 너무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여겨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종합해 보면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이라는 직접적 메신저를 기본보다 조금 더 좁은 범위로 관리하기 위한 여러 기능들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름의 '폐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사용자가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대문짝만 하게 보인다면 어떨까? 심지어 그것이 과거의 수정한 것들까지 랜덤 하게 보인다면?


왠지 창피하고 숨기고 싶어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 이후 주변 반응을 살펴보면 기존에 프로필 했던 이미지를 비공개 처리하거나 삭제하고 변경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설정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카카오톡에서 데이터로 살펴보면 눈에 띄지 않을까?


또한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에 자주 활용되는 것은 바로 "친구 목록"인데 지금 메인의 목록은 "자주 연락한 친구목록"도 아니고 ㄱㄴㄷ순의 "정렬된 친구 목록"도 아닌 프로필 이미지를 변경한 타임라인 UI(랜덤으로 변경되니 타임라인은 아니다.)인데 이 목록이 "주요 기능"인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렬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대부분(혹은 모두)이 카카오톡의 "핵심"이라고 생각한 기능을 오히려 방해하는 어설픈 "SNS UI"들의 조합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에게 기대한 바가 아니기 때문에 비판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럼 카카오톡은 무엇을 기대하고 개편을 했을까?


가장 눈에 띄는 개편은 타임라인형 프로필 이미지 변경이긴 하지만 이 외에도 내비게이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동영상 재생을 위한 "숏폼"과 "오픈채팅" 메뉴가 있다. 카카오톡은 앱 안에서 사용자들이 더 놀길 바란 것일까?


개편 관련 문구를 보면 "대화를 넘어 모든 순간을"이라는 문구가 있다. 사용자 수는 훨씬 많지만 메신저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는 타 SNS들보다 '체류시간'이 적어서 고민이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체류시간을 조금 더 늘리기 위해 동영상과 커뮤니티를 강조한 것 이상으로 "모두 장악할 수 있는 앱"이 되고 싶다는 야망이 느껴졌다.


편의 기능들도 생겼다. 채팅 방을 폴더 형태로 분류할 수 있는 기능(친구목록을 폴더로 분류하는 기능을 먼저 만들어줬으면 더 좋았겠지만)과 보낸 메시지를 수정하는 기능도 생겼다. 채팅 외 보이스톡을 녹음하고 요약하는 기능도 생겨 '대화의 모든 순간'을 더 잘 기록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또 요즘에는 숏폼을 보다가 공유하고 싶을 때 URL을 복사해서 채팅방에 붙여 넣는 경우가 많은데, 카카오톡 내 숏폼은 이를 URL 붙여 넣기가 아닌 채팅방으로 바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편리하게 숏폼을 활용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프로필은 더 입체적으로 다양한 관심사와 취향 그리고 일상까지 담아보라는 이번 개편.


지금의 사용자들은 사실 각 기능을 대표할 수 있는 개별의 앱들을 사용하고 있다. 숏폼을 제공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있더라도 사용자들은 '숏폼' 그 자체보다 숏폼을 대표하거나 본인이 '해당 기능을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들을 사용한다.


지금 시장에는 기능 별로 카테고리 킹이 있다. 그리고 사용자들도 앱을 사용하며 나름의 기능 별 카테고리를 분류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미 각 카테고리의 킹이 있는데 이들을 쓰러뜨리고 모든 걸 한 번에 장악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카카오톡도 알았지만 한 발자국이 큰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 것은 아닐까?




회사에서 기획자로서 여러 개편들을 하면서 다양한 기능들을 더하고 뺐다. 하지만 늘 고민의 중심에는 "핵심 기능"이 있었다. 이 기능이 우리의 "핵심 기능"에 도움이 되는가.


회사는 커질수록 생존을 위해, 변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핵심 기능"을 외면하고 더하기만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재직하던 회사는 어느 순간, 핵심 기능만을 더 편리하게 갈고닦은 다른 플랫폼을 경쟁자로 맞이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경쟁에서 '새로움'만을 쫒다가 결국 패배했다. 그렇게 그 패배를 인정하기까지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사실상 카테고리 킹의 자리를 내주었다.


카카오톡은 4천만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 기능"은 다른 플랫폼들도 제공하고 있고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이 15년 가까이 대표성을 띄고 있다. 앞으로의 개편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획자의 입장에서 이번 개편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매우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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