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백번의 추억.을 재밌게 보고 있다. 딱 내 취향의 감성인데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재밌다. 그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짓게 되고 그 시절 내 부모님의 젊은 시절 생각도 나고 눈물도 질끔 나고 다음이 기대되는 스토리다. 잠이 오지 않은 차제에 노트북을 켰다. 긴 연휴동안 정말이지 잘 쉬고 싶다. 생각보다 빨리 가는 것 같은 기분인데, 이 시간을 재충전의 시간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실은 쉰다는 것. 거창하지 않다. 실은 별거 없다. 잘 먹고 잘 자고 쓰고 싶을 때 글쓰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틀어놓는다거나 책을 보거나 산책하거나 청소를 한다거나... 이토록 무심하고 별 거 아닐 수가 없다. 그치만 이제는 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편안한다는 것이,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혼자의 고독.이 고립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걸 경계하면서도 나는 갈수록 외롭지 않고 고독.을 사랑하게 된다. 그저 존재 자체에 대한 사색과 사유, 질문... 그것에 관심이 있다. 모든 것은 변하고 진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것들...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두려움과 불안은 무엇인지...
이 새벽, 나는 고요한 이 밤이 좋다. 창문 너머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 어둠이 내게 안정감을 준다. 여전히 아름다운지.멜로디와 가사를 좋아하는데, 반복 재생을 하고선 조명 하나만을 켜놓은 채 이렇게 노트북을 켜고 절로 이는 것들에 날 맡겨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글쓰기를 하고 나면 내 안에서 솟아나는 것들을 쏟아내는 것 같기도, 그 자체가 날 위로하고 평온하게 한다. 내가 쓴 글을 다시금 읽어내려갈 때 비로소 나도 나 자신의 글을 통해 무척이나 위로받곤 한다. 어느 날은 눈물이 핑 돌만큼 감성적이게 되기도.
혼자만의 시간을 이토록 사랑하는 나는, 이 고독이 외롭지 않고 외려 나 자신을 이 땅 바닥에 두 발을 단단하게 서게 한다. 기대하지 않게 되었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 우뚝 서는 경험, 살면서 오는 역경이나 어려움들을 끄끝내 극복해 내게 하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여전히 연약하고 취약한 나 자신을 마주하곤 하지만, 그마저도 온전히 인정하고 내게 이는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고 허용한다.
어느 날은 나의 짙은 고독.이 내 눈을 통해 드러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내 눈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혹시 내 고독.을 느꼈을런지.싶은... 아무렴 상관없다. 그 고독으로 인해 나는 일어설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고독으로 인해 내 눈빛은 더욱 깊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고독이란 나누는 것이 아니란 것도. 나 자신만이 나 자신의 고독을 경험하고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다."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을 좋아하는데, 나 역시 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에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통창으로 앞이 확 트인 광화문 포비를 종종 가는데, 광화문 우체국과 교보, 광화문 사거리 방향이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사색을 즐긴다. 그 순간만큼은 붐비는 카페 안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도 내게 전혀 들리지 않을 만큼 나는 나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노트와 펜을 꺼내 하고 싶은 것들, 내 마음에서 이는 것들을 자유롭게 적어내려간다. 그러면 갑자기 용기도 나고 불안도 사라지고 두려움도 사라지고 우울도 사라지고 무언가를 다시 해 볼 힘이 난다. 나는 왜 광화문 일대만 가면 기운이 솟아날까. 마음이 편안할까?를 싶은데 답은 명료하다. 이곳이 나와 기운이 무척이나 잘 맞다는 것이다. 광화문 직장인 시절의 추억들도 늘 오버랩되는데 좋았던 아름다웠던 기억들에 광화문의 좋은 기운까지 겹쳐 내게 행복한 기운을 준다. 그러니 광화문을 이토록 사랑할 수밖에.
카페 안의 고독, 길거리를 걸으면서 온전히 느끼는 고독, 그 모든 것들이 내겐 세상에 대한 경외감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동질감, 연민으로 내 안에 들어온다. 친절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 연민해야 한다.는 그 사랑의 마음이 피어오른다. 나이 들어갈수록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커진다. "저 사람들도 얼마나 힘이 들까?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겠지. 자기 만의 고통과 슬픔과 상처와 우울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겠지..."
나.라고 할만한 것은 무엇인가?싶고 존재의 근원에 절로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결국은 아무 것도 모른다.가 된다. 고독 속에 존재의 즐거움이 있다. 나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어디 숨었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행복은 내가 그 자신이었다.
존재의 즐거움, 사는 날까지 변함 없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