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닌지

by Aarushi

가벼운 아침이었다. 간밤 꿈을 꾼 것 치곤 기운이 괜찮았다. 창문을 열어보니 대지는 촉촉하게 적셔있고 습기 가득한 공기에 떨어진 갈색 낙엽들이 쓸쓸함을 더했다. 부엌으로 가 지난밤 해놓은 설거지 그릇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곧장 정신을 더 차려야할 거 같아 찬물 샤워를 했다. 비오는 날씨라 불을 켜놓지 않은 집안은 어둡고 그 어둠이 외려 날 편안하게 했다. 비오는 날씨를 워낙 반기니 이 아침 비오는 날씨가 오늘 내 하루를 왠지 모르게 견딜수 있게 할 것 같았다.


양배추를 쪘다. 재놓은 불고기와 쌈장, 청양고추, 밥 반공기면 충분하다. 쌈을 몇 점 먹고선 일하러 갈 채비를 했다. 비가 올락말락,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화창하게 맑은 날씨보다 흐린, 이 가을날이 역시나 내게 알맞다. 나의 선호는 이것이지.하는 생각을 했다.


실은 요 며칠 나는 또 다시 내면으로 깊숙이 참잠했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어떻게서든 나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까.싶으면서도 그래, 놔두자. 그저 바라볼 뿐.이런 방식으로 놓아버림.이 있었다. 분명 내 안의 어떤 부분이 불편했을 텐데.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어느샌가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무엇이 두려운거니? 계속해서 이렇게 살텐가? 이렇게 살고 싶은가? 왜 지난 것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왜 나아가지 못하는가?..." 생각은 내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임을 알아차리면서도 여전히 나는 또 다시 힘들어하기를 반복한다. 잡념, 복잡한 생각은 도대체 왜 이토록 끝없이 이어지는 걸까? 여전히 나는 모른다.가 맞다.


진지하게는, "내 안의 불씨가 꺼진 것이 아닐까?"했다." 몰두했던 무언가가. 몰두하고 싶었던 그 무언가가.어느샌가 사라졌구나."하는 자각이 일었다. 이따금씩 침대 밖을 나오고 싶지 않을 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이대로 잠을 푹 자고 싶을 때... 실은 그동안 내가 놓지 않았던 끈이 훅 놓아진 것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했다. 몸이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몸이니 내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스무살엔, 대학 시절엔 하고 싶었던, 되고 싶었던 직업 내지 것.이 있었고 역설적이게도 아무 것도 없었던, 젊음 하나 있었던 그 시절이 외려 덜 불안했고 덜 두려웠고 우울하지 않았다. 나이들어가서인가.라고 하기엔 내 안의 문제이었으리라.는 것도 있다. 무언가를 채우기보단 비워내는 게 익숙해졌고 편해졌고 위안을 주는 나이가 되었다. 이전만큼 소위 막 솟아나는 그것.의 세기도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마음의 평안이 가장 중요해졌고 너무 그렇게 아등바등살고 싶지 않다, 너무 그렇게 아등바등 살지는 말자.싶다. 어떻게서든 되겠지.싶다가도 자꾸 불안해지고 앞이 캄캄해지는 것도 내 시선을 안이 아니라 밖에 두고 있을 때다.


일하러 가는 길 조금 일찍 나와 벤치에 앉아 글을 몇 줄 써내려간 뒤 노트북을 덮었다. 이 밤 집에 와서야, 침대 맡에 앉아 다시금 오전글을 이어나간다. 창밖엔 빗방울이 처마에 닿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드럼 소리처럼 박자가 있는 것이 나의 알아차림을 더욱 수월하게 한다. 내 눈은 노트북 화면에 고정된 채, 양손가락은 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이는 그 모먼트를 내 눈으로 마치 제3자가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것. 나는 누구인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새삼 경이롭다.


기운이 확 가라앉았음을 받아들이고 무엇보다도 이 사그라든 기운을 어떻게서든 회복해야한다는 걸 안다. 기운이 곧 상이기 때문이다. 기운이 회복되지 않으면 내 현실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내 안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닌지...

내 안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 내가 할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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