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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May 28. 2024

주름을 신경쓰게 된 나이

언제부터인가 목에 자꾸 손이갔다. 조심스럽게 위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왔다 갔다 만져보았다. 순전히 손 끝에서 느껴지는 걸로만 가늠하기엔 알 수 없어 곧장 거울로 달려갔다. 목을 스트레칭하듯 당겨서 들여다보았다. 지금 보이는 주름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지, 아님 최근에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저 목도 늙어가고 있는 거겠지. 싶었다.


목의 주름만큼은 나이를 속일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던 터라, 지금부터라도 목주름에 조금은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평소에도 선크림을 자주 바르는 습관을 가졌는데 선크림을 앞으로는 목에까지 골고루 펴 발라주자는 다짐 정도다.


신경이 목으로 쏠렸던 즈음, 자꾸만 사람들의 목에만 시선이 가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든 생각은 목주름은 진짜 정직하다는 것,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는 거였다. 얼굴은 젊어 보여도 목의 주름은 정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늙어간다는 것. 이 역시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인바, 받아들이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는 생각까지.


아직은 그렇게 까지 생각할 나이가 아니냐. 고 할 수도 있겠으나, 늙어간다는 것을 거부한다거나 두려워한다거나 싫다는 것이 아니기에, 단지 그래도 내 얼굴과 몸이 천천히 늙어가고 있는 그 과정과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고 그 자체를 느껴봐야 나중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거 같아서다.


심지어 요즘엔 활짝이라도 웃게 되면 그 와중에 드는 생각은 어맛, 내 주름!!!! 외쳐대는 날 발견하곤 하는데, 예전엔 눈가의 주름조차 나와는 아주 먼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느덧 눈가의 주름을 신경 쓰는 날이 왔다는 생각에 슬펐던 것은 아니고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잠시 멈칫했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심술이 났다. 아니, 웃는 것도 내 맘대로 맘껏 못 웃을 일인가. 나 스스로에게 그냥 뾰로통했다는 게 맞겠다. 나도 모르게 활짝 웃고 나서는 주름이 이러다 확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만드는 게 도무지 맘에 들지 않았다.


결국은 내 마음이겠지. 분명 목의 주름도 눈가의 주름에 대한 걱정도 내가 자꾸 의식해서 신경 쓰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그곳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곧 자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준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훅.이라는 말처럼 무심코 갑작스레 훅 나이 들어버린 내 모습을 보고선 실망하거나 슬퍼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들여다봐주고 관리도 조금 해주고 신경 써주다 보면 그때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을 자주 마주하게 될 테고 그러면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의 나의 그런 과정이 낯설지 않고 익숙해질 거라는 생각에서다.


다른 건 잘 바르지 않는데도 선크림만큼은 듬뿍듬뿍 발라준다. 왠지 모르게 선크림을 그렇게 발라주고 나면 나름 관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선크림을 바르는 이유를 내 피부 노화를 확 지연시켜줄 거라는 기대감보다는 훅.이라는 상태를 만들고 싶은게 크다. 목까지 추가되었으니 얼굴에 바른 후 목으로 이어 발라주고 목을 쭉쭉 댕겨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면서, "그래 초아야, 나이 든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니겠니? 앞으로도 계속될 나이 듦과 몸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자고! 참, 우아하고 품위 있게 가기로 한 것도 잊지 않았겠지?"라고 말하며 곧장 침대로 점프한다.

 

내 나이 듦을 마주하다 요즘 부쩍 지금의 내 나이였던 부모님의 모습을 자주 떠올리게 된 것 같다. "그때 우리 엄마 아빠도 지금의 내 나이셨을 텐데... 진짜 젊으셨을 때였구나... "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할 만큼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오곤 한다.


그렇게 나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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