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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May 28. 2024

스몰 체인지  

계획한 일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일로도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성취감들이 하나하나 쌓여 내 마음의 성취감은 어느새 눈덩이처럼 커진다. 오늘 하루 일과가 빼곡히 적혀 있는 구글 캘린더를 열면, 부담이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나름 잘 살고 있구나. 의도적인 삶을 살고 있구나.하고 안도하게 된다. 


지금의 내가 계획적이면서 시간을 소중히 다루게 된 데에는 삼십대 초반, 은행을 그만두고 난 직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뜻대로 일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겪었던 좌절감으로 지난 몇 년을, 꽤 오랜 시간동안 나 자신을 무기력한 상태로 방치했던 괴롭혔던 상처냈던 내 지난 시간에 대한 처절한 후회와 반성, 회한 덕분이다. 


늘 그렇듯 인생이 언제 내 뜻대로 되는 것이던가. 아직은 순수했던,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도 분명 나였을테다.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한, 성장하고 성숙한 내.가 되기 위한 뜻이었지 않나 싶다.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은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결국엔 내게 큰 깨달음과 삶의 통찰과 교훈을 주고 떠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럴려고 이런 일이 일어났나 보구나. 내가 아직도 더 깨닫고 배워야 할 일들이 많은가 보구나. 아, 이런 부분에서 날 다시 깨어있게 하려는 거구나. 이런 생각들로 이어진다. 


지금의 내가 절대 하지 않는게 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다. 의미 없었고 나.는 나이거늘 왜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로 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지. 어느 순간 나는, 그 비교란 실체가 없고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과 비교를 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나는 모든 면에서 자유로워졌다. 이십대 시절엔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남들이 다 알만한 대기업에 들어가는 일, 왠지 그러면 좋은 신랑감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겠지. 그래도 무난무난하게 남들처럼은 살겠지.하는 그런 류의 생각과 내가 다니는 회사가 고로 나.라는 얄팍한 생각을 했던 시절이 바로 나의 이십대의 대부분이었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이루다보니, 그 시절의 나는, 행복하지 않았고 우울했고 불안했고 외로웠고 방황했다. 온 초점이 남의 시선이고 남들의 눈이었다. 직장생활이 나.의 성향상 맞지 않는다는 것을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실하게 느끼던 시절이었지만 나는 힘겨워하던 나.를 돌아보지 않고 돌보지 않고 묵인했고 외면했었다. 지금의 나.는 그런 점에서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지나보니, 남들의 시선이나 눈.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남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훨씬 자유롭고 유리하는 것을 어느 시점부터 깨닫게 된 후부터는 나는 더 이상 남의 시선이나 말들에 무심하게 되었다. 산다는 건, 내가 나를 돌봐가며 위로하며 다독여가며 깨닫고 성장해가며 그것이 크든 작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내 안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하는 내 나름의 깨달음도 있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인생의 해답은 내 안에 있다. 그 해답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깨달음으로 나만의 통찰로 해석하는 일일 것이다. 이따금씩 남과 비교하느라 스스로를 괴롭혔던 우울과 무기력의 늪에서 꽤 오랜 시간동안 헤어나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를 일부러 소환할 때가 있다. 그랬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오버랩해가며 지금의 나의 놀랄만한 성장에 칭찬해주고 힘을 실어준다. 


좀 화려하지 않으면 어때. 빛나지 않으면 어때. 세련되지 않으면 어때, 있어 보이지 않으면 어때. 부티 나지 않으면 어때. 지금의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하고 가치있게 느낀다. 


고백하건대,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동기들이나 동료들이 내게 소식을 전할 때면, "만약 그때 내가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녔더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아마도 지금은 이 정도는 있었겠지?" 이런 생각도 길어야 10초 정도지. 이내 사라진다. 대신, "아마도란 없어. 모든 건 다 선택이었고 그때 당시 너의 선택은 그것이 분명 최선이었을거야. 그랬기에 지금까지 다이내믹한, 떠나지 않았다면 쉽게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들을 한 거 아니겠어? 그랬기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것. 이만한 게 어딨어."한다. 


이제 더는 "만약에" 혹은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이라는 생각들로 날 우울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단호하다. 아직 마흔이 되려면 몇 해 남았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요즘, 너무 서두르려 하지도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하나씩 하나씩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물리가 트이는 것처럼 의미있는 일이, 내가 가야 할 길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다. 


스몰 해빗.이 요즘 대세인 듯하다. 작은 습관. 완전하게 공감한다. 나는 스몰 체인지.라 말하고 싶은데 일상의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스몰 체인지. 작은 변화를 해나가다보면 내 일상이 어느 순간 나.를 이롭게 하는 날 성장하게 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변화의 맛.은 맛보면 맛볼수록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미 지나 간 건 되돌릴 수 없다. 끌리쎼하지만, 너무도 자명한 말이지만, 나조차도 가끔은 이 말을 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과거는 이미 사라지고 존재하지 않는다.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 나아갈 일에만 집중하는 일. 현재를 사는 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일. 돌고 돌아 긴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스몰 체인지의 강력한 힘을 믿는다. 내가 몸소 경험하고 있듯. 작은 변화는 더 이상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될 수 있게 했고 아직은 잔잔하지만 언젠가는 내 안의 잠재적인 능력을, 숨은 거인이 빛을 발하게 되는 그 날이 오게 되리라. 고로 지금의 나는 내공을 쌓고 있는 중이며 힘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내 안의 거인을 소환해 내는 일. 왠지 곧 내 앞에 나타날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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