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nerplate May 28. 2024

삶의 철학자

문득 지난 여름이 떠올랐다.

5월 쯤이었나.


내가 좋아하는 동네는

광화문, 여의도, 청운동, 서촌과 북촌 일대다.

광화문 일대 종로 사랑은 변함없다.


나중에 이 동네에 살아야지.했는데

전혀 다른 곳에 살고 있다. 모를 일이다.


지난 5월 남영동에 맛있는 항정살집이 있다고 해서 갔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편이고,

맛집이라고 해도 오랜시간 줄서서 먹는 편이 아니라,

오픈 시간 전에 가서 일찍이 웨이팅을 걸어놓고

그 주변 일대를 걸었다.


그때의 공기,  따스한 봄바람, 온도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쳐지나갔다.


과거를 후회하느라,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느라,

마음의 우울을 앓았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더는 과거를 일부러 꺼내 기억하지 않게 됐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추억은 잘 곱씹곤 한다.

소환한다기 보다 절로 스칠때가 대부분이다.


사진첩을 보다,

몇 년 전 파리에서 친구 아틀리에에 놀러가

식전으로 아틀리에 마당에서

갓 딴 방울 토마토와 소시쏭과 바게트,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나누던 그때가 떠올랐다.

좋은 추억은,

아름다웠던 추억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더욱 짙어지고 진해진다.


나이 들어가며 좋은 점은,

그것이 슬픔이었든, 상처였든, 아픔이었든, 고통이었든

그것이 기쁨이었든, 환희였든, 사랑이었든

지금 껏 살아온 내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는 점이다.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나니 많은 면에서 자유로워졌다.

내려놓음 일 수 있고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삶의 철학자가 된다.


마흔을 앞두고 나니,

삶이 정말 이런 거였던가.

이럴 줄 알았더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살 걸.

너무 불안해하지 말았을 걸.

너무 두려워하지 말았을 걸.

용기 내 볼 걸.

화끈하게 살아볼 걸.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싶지만

아쉬운 마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내 나이 37.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나는 여전히 나약하다.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나는 여전히 헷갈린다.

나는 여전히 방황한다.

그래도 괜찮다.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거니까.

그러면서,

나 자신을.

내 인생을.

내 삶을.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삶이니까. 생.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자유로울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