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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May 29. 2024

침묵의 용도

언제부터인가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게 됐다.

불필요한 미사여구, 수식어구가 줄었다. 


말이, 말의 내용이 간결해졌다. 

말에도 에너지가 있다는 마음에서다. 


어느 말이건, 그 말은 다시 화살이 되어 내게 돌아온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왕이면이 아니라, 가급적이 아니라, 

좋은 말만 해도 모자랄 시간이다.


쏜살같이 흩어져 가는 

찰나의 인생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좋은 생각과 좋은 말, 좋은 글로 

나.라는 사람이 잘 흘러갈 수 있게

돕는 일이다. 


침묵.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침묵이란, 내게 고독의 한 형태이자 고요와 같다. 


고독은 필연이었다. 

침묵도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고독과 침묵이 내게로 왔다. 


침묵이 익숙해진 탓에,

지금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면 

특히나 친한 사람들과 만날 때면

나는 너를 본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나는 너를 본다고.

나는 너를 이해한다고. 

눈빛만 봐도 내 마음이 읽힌 듯, 

상대의 마음도 들킨 듯,

서로에게 말해주는 듯하다. 


살면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다. 

경험해보니, 살아보니 

살면서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 내게 유리했고 수월했다. 


이젠 침묵도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겐 고독도 침묵도 하나다. 

내 안의 심연으로 깊숙이 들어가 나를 탐구하는 것. 

주어진 임무. 


침묵할수록 내 안의 소리가 더 커진다. 

내 영혼을 살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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