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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May 29. 2024

무당벌레를 만났다


하루에도 여러 번 재미난 경험을 한다. 

진지하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고 그저 미소가 절로 난다. 

웃는다. 자연스럽다. 


포근했던 오늘,

천변길을 따라 안전하게 한쪽 켠으로 몸을 옮기고선 책 읽으며 걸어갔다. 


그러던 중,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이었다.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아주 작은 무당벌레 하나가 그 문장에 떡 하니 앉았다. 


어맛, 무당벌레야, 안녕? 

의미부여 하기 나름이지만, 

어쩜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이었다."라는 문장에서, 

딱 그 문장아래 앉았니? 


반가워. 그러곤 책을 수풀 사이 아래로 살포시 내려놓으며, 

마치 가마를 조심스레 내려놓듯 내게 온 무당벌레 한 마리를 내려주었다. 


일련의 이 과정들이 불과 30여초 정도 됐을까. 

잠깐 사이, 

나와는 전혀 개연성 없을 법한 무당벌레 한 마리와의 갑작스런 만남이 새삼 신비했달까. 


순수하게,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오늘 너와의 만남도 분명 인연이었겠지.


무사히 내려놓아진 걸 본 후에,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하게 다시 책을 들고 숲 속 방랑자 처럼, 나그네 처럼 

내 갈길을 걸어갔다. 


나는 내게 일어나는 작고 사소한 사건들이 재밌다. 그리고 감사하다. 

아주 하찮은 것이라도 아주 별 볼 일 없는 사건이라도 

요즘의 나는 쉽게 지나치는 법이 없다. 


십 초 라도 이십 초라도 필연성에 힘을 싣는다.

무당 벌레와의 짧은 만남에 나는,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이었다."라는 책 속 문장을 완벽하게 대입시켰다. 


무당 벌레가 이렇게 앉을 일이던가. 

오늘 참 재수 좋은 날.이구나. 운수 좋은 날이구나.


요즘 내가 사는 세상은, 

하나같이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들 투성이다. 

아주 사소한 것들서에서조차 내 머릿속은 빙빙 돈다. 


질문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수용하게 한다. 


있는 그대로 보기와 받아들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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