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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May 29. 2024

혼자사는 즐거움

혼자사는 즐거움. 법정스님 책 제목이다. 

"혼자서도 잘 노는 여자"다.

혼자일 때 가장 즐겁고 편안하다. 지금도 나는 법정스님의 오랜 설법 강의를 자주 듣는 편이며 법정스님의 말씀을 참 좋아한다. 


책은 내게 일상이다. 

책을 탁하고 펼쳐 들었을 때 그 특유의 종이와 기름 내음새, 하드 커버일 경우엔 내 손과 마찰되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마저 정겹다. 내가 극도의 마음 어둠 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때 내 옆에서 묵묵하게 위로해주고 날 살린 건 다름 아닌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게 책이란, 보통의 의미 그 이상이며 애틋하고 고마운 존재다. 


정치외교와 국제관계를 전공한 나는, 대학시절엔 정치, 사회, 문화, 인문학 관련 책은 가리지 않고 읽었고 아주 오래전부터는 니체, 쇼펜하우어, 장자, 노자, 릴케, 톨스토이 등 고전철학과 고전소설에 탐닉하고 있다. 나는 책을 통해 내 자신을 일으킨 경험이 있고 삶을 배웠다.


그때마다 책이 내게 선물하는 새로운 세계에 나는 지금껏 심취해오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 마음이 칠흑같이 어두워 땅 속 깊이 파 묻혀지던 시절엔, 도서관에서 10권을 빌려와 쉬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적도 있었다. 그마만큼 갈 갈 잃은 내 마음이 어디 하나 의지할 데, 정 붙일 데가 없었던 시절의 방증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가는 그 길도 내겐 언제나 설렘인데, 시에서 동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 요즘엔 카페처럼 아주 잘 해놓아서 아주 그럴싸한데, 그런 조명과 따스한 분위기에 수천 권의 책들 속에 파묻혀 있는 듯한, 꼼짝 갇힌 듯한 그 기분과 에너지를 사랑한다. 


올해 하반기 들어 자주 가지 못했는데 다시 자주 갈 갈참이다.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었던 탓이 크다. 대신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앞쪽 페이지 정도만 읽거나 더 읽고 싶어진다 싶으면 인터넷에서 주문해 완독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새책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헌책에 더 마음이 간다. 세월이 묻은 책들의 향기와 낡은 외모 때문이겠지. 


무튼 내 취향은 지극히 그러하다. 내 공간에 쌓여 있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다시 꺼내 들었다. 다시금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내 마음과 생각이 쓸데없음과 그 복잡함으로 과부하가 된 나머지 터져버리기 일보 직전에도 나는 어김없이 책을 든다. 


그때마다 심각한 내 정신상태와는 다르게 책을 펼친 내 육체는 멀쩡하리만치 고요하고 차분하다. 


혼자사는 즐거움.에 독서는 단연 상위 순위를 차지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일, 내 방을 환기하는 일, 잠시 눈을 감고 창밖 공기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들여 마시는 일, 나를 위한 커피 한 잔 내리는 일,  나를 위한 밥상을 정갈하게 차려내는 일, 소파에 기대어 내 취향의 고전철학과 고전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일, 양 가르마를 한 머리카락에  촌스러운 똑딱 핀 두 개를 꽂는 일... 이렇게 작고 소소한 내 생활에서 나는 내 삶을 느끼고 혼자 사는 즐거움과 낭만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만끽한다. 


사진첩을 둘러보다 지난해 도서관 소파에 앉아 완독한 후 무언가 아쉬워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때 내 마음가짐은 아직도 유효한 거니. 

네 마음은 지금 어때. 괜찮아?

이제는 더 많이 너를 내려놓아도 되지 않겠니? 내려놓자. 

있는 그대로 지금의 너를 인정하고 수용하자. 

이미, 한참은 지나가버린, 후회해도 소용없는 과거를 후회하느라 현재를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때로는 못난, 모난,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내 삶을 다시 정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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