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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May 30. 2024

먹는 것이 곧 나다

Une Baguette Sandwich 

나는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

나는 오늘 하루 무엇을 보았는지. 

나는 오늘 하루 무엇을 경험했는지.

나는 오늘 하루 어떤 생각을 했는지.


동양철학이든, 고전철학이든, 고전소설이든 

어떤 책을 읽어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늘 단 한가지 질문이 남는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자기 자신.” 

자기 자신이 되어 살아가기. 나를 아는 것.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을 늘 마음 속에 새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길이다.”


건강한 마음습관과 마음근력을 쌓기 위해 내가 집중하는 건, 명상, 운동, 독서, 글쓰기, 요리다. 


나이 들어가며 좋은 점은, 

지금 껏 살아온 내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려놓음이고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삶의 철학자가 된다. 갖은 경험이 밀푀유처럼 켭켭히 쌓여서기도 하고 지금의 성숙과 신중함이 내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젠 모든 것을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보다.


좋은 바이브는 요리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Une Baguette Sandwich 

가끔 그리운 게 하나 있다. 파리 살던 때 집 앞 불랑제리에서 사먹던 드미 트라디시옹. 바게뜨다. 


생각난 차제에 바게뜨로 샌드위치를 뚝딱 만들었다. 늘 그렇듯 내 요리는 늘 즉흥적이고 직감적이고 창의적이다. 동네 로컬푸드직매장에서 파는 루꼴라는 잎이 크고 흔히 아는 얄쌍한 루꼴라의 그것과는 모양새가 다르다. 샌드위치 만들 땐 넓적하니 더 좋다. 


고수를 좋아해서 샌드위치 만들 때도 조금 넣는다. 고수 이파리 부분만 조금 넣어주면 고수 특유의 향이 나지 않고 전체적인 샌드위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오히려 색다른 이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요리는 취향 껏. 자기에게 알맞는 식재료로 건강한 조리법으로 직접 만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음식이 된다. 


요리할 때 바질도 자주 쓰는데, 직접 만든 바질 페스토는 만능 드레싱이다. 어디에 넣어도 풍미가 있고 맛이 고급스러워진다. 


요리를 하면, 넉넉히 만들어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요리할 때, 내가 만드는 음식에 좋은 마음과 좋은 에너지를 가득 담는다.


넉넉한 마음, 예쁜 마음, 맑은 마음, 따뜻한 마음, 좋은 마음, 아름다운 마음, 사랑 가득 담아 만든 바게뜨 샌드위치를 사람들과 나눴다. 음식 사진과 하트 가득 담아 정말 맛있다.는 카톡 메시지를 듬뿍 받았다.  


나누는 기쁨이 더 크다. 

도시락 혹은 음식을 꼭 선물처럼 포장한다. 

그러면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더 큰 감동으로 돌아온다.  

                                                                                                                               YOU ARE WHAT YOU EAT!



Live fully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어떤 경험을 원하는가. 


길을 걷다가도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과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를 보면서도, 

잔잔하게 흐르는 개울을 보면서도, 

거세게 몰아치는 바다를 보면서도, 

맑은 하늘 위 피어오른 뭉게구름을 보면서도, 

흙을 밟으면서도, 


지금의 나는 왜 이토록 사색과 깨달음으로 가득한지. 

지금 알고 있는 걸 스무살의 초아가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과연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따뜻한 봄과 여름이 좋다. 

겨울 끝자락과 봄의 시작 그 사이의 계절이 

내겐 더 쌀쌀하게 쌀쌀맞게 느껴진다. 


추위에 취약해서이기도 하겠고 

무엇이든 따스함이 좋다. 

따뜻한 물

따뜻한 커피 

따뜻한 온도 

따뜻한 사이 

따뜻한 관계 

따뜻한 사랑

따뜻한 마음 

따뜻한 평온 

따뜻한 음식 

따뜻한 나눔 


나는 따뜻한 사람인가. 

늘 생각한다. 


나이들어갈수록 크고 작음 깨달음이 

이토록 많아지는지. 

나이들어가고 있는 거겠지. 

철들어가고 있는 거겠지. 


나는 나의 이 사색과 여유가 

그리 반갑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향이란, 

지금의 나의 사색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게 유리한 방식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 구석도 있다. 


상냥하지 않은데 친절할 수 있을까. 

친절하지 않은데 상냥할 수 있을까. 


내면이 아름답지 않은데 외면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외면이 아름답지 않은데 내면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내 안에서 충만하고 싶다. 

사랑을 하고 나누고 싶다. 


나이들수록 

성장할수록 

익어갈수록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깨닫는다. 


자연이 주는 치유에 

경이로움, 숭고함, 아름다움, 감사함을 느낀다. 


존재로서 존재하는 삶. 

나만의 질서를 가지고 

나 자신이 되어가기.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은 삶. 

무엇이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 삶. 

무엇이 없어도 괜찮은 삶. 


자연과 우주가 주는 embracing. 

만끽할 것. 

감사할 것. 

온몸으로 껴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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