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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May 31. 2024

혼자 노는 기쁨

Vegetable kimbap 

집순이의 기쁨.을 만끽한다. 


1. 내 몸을 잘 케어할 것(take care of my body)

2. 내 몸에 좋은 음식을 feed 할 것

3. 내 몸을 충분히 잘 쉬어 줄 것(enough rest)


뚜벅이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내려 갔을 만큼 나는, ~의 기쁨.에 진심이다. ~의 기쁨.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편하다. 이젠 혼자만의 시간, 나만의 고독을 당연하게,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됐다.


이십대 삼십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약속도 많았고 주말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페에 가는게 잦았는데 몇 년 전부터 정확히 말하면 5-6년 전부터 흥미가 없어졌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였다. 의도한 것도 있었고 자연스런 흐름이었다는 생각이다. 아예 아침 8시 즈음 내 취향의 카페 테라스 혹은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과 사색하다 오는 게 내겐 소소한 행복이자 기쁨이자 낭만이다. 


가끔은 너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거 아닌가.싶지만 약속이 있을 땐 함께 하면 기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잡고 만났을 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하고 걷고 카페에 들러 성의있는 시간을 보낸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내 마음이 편하면 그걸로 되었다. 


집에서 혼자 노는 일이란, 혼자 노는 시간이란 내겐 자유.다. 집안에 퍼지는 나른한 공기와 여유,

황홀한 자유다. 


집순이의 가장 큰 놀이 중 하나는 요리다. 날 위한 점심 한 끼. 저녁 한 끼.에 사랑과 즐거움과 기쁨과 행복을 가득 담는다. 날 위한 밥상에 이토록 성의 있을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나는 열심이다. 


집순이인 내게 요리, 빨래, 청소는 모두 즐거운 놀이다. 모두 다 날 위한 일인데, 어찌 부담일 수 있을까. 귀찮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은 다 내 마음에 달렸다. 


김밥을 자주 마는 편이다. 신선한 식재료로 김밥 속재료를 준비하고 양손 고이, 야물게 모아 김밥을 돌돌 마는 일, 어떨 땐 혼자 키드득 웃는다. 즐거워서다. 먹을 생각에 즐거워서, 내가 날 정말 아끼고 있구나. 날 사랑하고 있구나. 날 존중하고 있구나. 날 대접하고 있구나.라는 기특한 마음에서다. 


이런 마음으로 요리하면, 내 마음 처럼 기가막힌 맛과 모양이 뚝딱 만들어진다. 

좋은 마음, 예쁜 마음, 좋은 바이브, 좋은 에너지가 내 요리에 고스란히 아주 짙게 밴다. 


혼자하는 식사에 보통 2줄을 말고 간소하게 단출하게 접시에 담아내는데, 요리하고 접시에 담아내고 한 젓가락 입에 넣는 순간까지 그 모든 과정이 내겐 알아차림이고 명상과도 같다.  

                                                                                                                                           Vegetable kimbap 


서른 중반이 되니, "고독"이라는 단어에 대한 기존의 내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 어릴 땐, 불과 이십대 삼십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고독이란, 굉장히 부정적인 것, 외로운 것, 소외된 것.과 같은 그런 류의 의미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고독"이란 그런류가 아니라는 것임을 완연하게 깨닫게 됐다. 함석헌 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고독이란 "나만의 동굴"일 것이며, 내가 생각하는 고독이란, 나만의 시간, 나를 찾아가는 시간, 나를 알아가는 시간, 나를 목격하는 시간, 나의 길이 나에게 있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 혼자만의 시간, 통찰과 반성의 시간, 성장하는 시간...이다. 내공을 쌓는 일이자 날 더 순수하게 만드는 일이다. 


고백하건대, 몇년 전 부터(아마 내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한 때)나는 의도적으로 고독을 선택한다. 고독을 찾고 고독을 만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고독이라는 내 안의 동굴로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신비로운 나,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기쁨이란 그 즐거움이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황홀감이다. 그러니 어찌 이 고독을 놓칠 수 있겠는가. 지금의 나에게 고독은 나의 벗이고 애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걸 미처 다 깨닫기도 전인 내가 만약 그때 그 시절에 결혼했더라면 과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을까.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을까. 나라는 개인의 삶 역시 잘 살아내고 있었을까.하는 생각에 아찔할 때가 있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때,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내 안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 성숙한 인간이 되었을 때, 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았을 때, 내 스스로를 포용하고 수용하고 용서하는 방법을 알았을 때... 결혼을 하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마음가짐과 시선으로 결혼생활도 잘 유지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날 사랑한다는 것, 날 이해한다는 것, 날 수용한다는 것, 날 인정한다는 것, 날 용서 할 수 있다는 건 사실 바꾸어 말하면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인정하고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과도 같다. 그러므로 훨씬 더 깊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너그러운 아내, 너그러운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희한하리만치 훨씬 더 어렸을 때보다, 서른 중반인 지금의 내가 더 궁금하다. 나와 나를 둘러싼 우주와 세계와 세상에 온통 궁금한 거 투성이고 호기심에 가득차 있다. 그러니 삶이 지루할 틈이 있나. 평범한 일상에서도, 지리한 일상에서도, 나는 어떻게서든 나만의 방식과 해석으로 의미를 두고 가치를 둔다. 그러면 보잘 것 없어보이는 내 소소한 일상도 의미있고 가치있어 진다. 


지금의 내게 고독은 가히 긍정적이며 사랑이다. 고독을 이렇게 느낄 수 있게 해 준 지난 나의 갖은 경험들에도 감사하게 됐다. 뭐든 내 마음에 달렸다는 말. 정말 맞다. 내 삶의 주인이 난데, 무언들 못할까. 살면서 느끼게 된 것 중 하나, 남의 말 듣지 않아도 잘만 산다.는 것. 


"너만의 동굴을 가졌느냐?" 이 말이, 이 울림이 내 머릿속에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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