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의 즐거움이다
나이 들어가니 어쩜 이토록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은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하루에도 여러 번, 수시로, 시시로 삶을 통찰하게 된다.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의 행복.을 나는 알게 되었다. 단출한 지금의 내 살림살이와 태도가 나는 꽤나 만족스럽다. 모든 것은 다 내 마음에 달렸다. 내가 만족하면 되었고 즐거우면 되었고 기쁘면 되었고 충만하면 되었다.
돌이켜 보니, 지금의 나는 지난 내 선택의 결과였다. 습이 되어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이걸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젠 그 습.을 하나씩 하나씩 깨뜨려 보려고 하는 내.가 되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인정하고 수용하기. 내려놓기. 내맡기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선 내가 주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 자유로운 삶 일 것이다. 나다움일 것이고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이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오늘 무엇을 보았는가."
"나는 오늘 무엇을 들었는가."
"나는 오늘 무엇을 경험하였는가."
"나는 오늘 어떤 세계를 만났는가."
행복은 실체가 없고 궁극적으로 행복은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내 안의 평온과 평안, 평화로움이 중요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걸림이 없는 상태. 조건없는 행복.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괜찮아.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행복은 순간순간의 즐거움, 기분좋음이다.
지금 현재 나의 경험을 순간 순간 계속 알아차림으로써 오는 순수함과 맑음, 기쁨, 환희다.
행복은 늘 지금 여기, 현재, 나와 현존한다.
행복한 삶은 내 선택이다.
알아차림.에선 그 어떤 두려움도 불안도 없다. 평온하고 평화롭고 편안하다.
내게 행복과 알아차림은 하나다.
알아차리면 행복할 수 있다.
늦은 깨달음으로 내 삶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지금의 나.는 행복은 선택이란 걸 깨닫게 됐다.
모든 것은 내 선택이다. 내 선택이 필연을 만든다.
나의 질문은 늘 이것이다. 선택하기. 행복하기 위한 나의 다음 선택은 무엇인가.
자라홈이나 H&M홈에 들러 침구류, 쿠션, 식기류를 종종 둘러보는 편이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있는 대형 자라홈 매장과는 종류나 가짓수가 적다. 익숙한 여의도ifc 자라홈 매장에서 사거나 사고 싶었던 걸 봐두었다가 우연히 세일이라도 하면 덥석 사오곤 한다.
음식, 테이블 스타일링, 인테리어, 살림살이에 관한 것이라면 환장하는 성미가 있다. 날 처음 보는 사람들은 으레 결코 그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지만, 얼굴과는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요리, 살림, 인테리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인 게,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란 곧 내 취향의 살림살이로 맞춤하는 일, 또 먹고사는 문제 아니던가.
며칠 전 점심 먹고선 설거지를 하다 애정하던 작은 도자기 접시의 일부분이 깨져 떨어져 나간걸 발견했다. 순간 으악. 아쉽다.생각했지만 이내 이미 깨진 일. 이미 벌어진 결과에 너무 마음 쓰지 말자. 집착하지 말자. 이내 훌훌 털어버렸다.
내 취향의 예쁜 식기, 코지한 소재의 천이나 블랭킷, 침구류 등을 구경하고 보는 일은 내겐 늘 기분전환이자 설렘이자 행복이다. 바구니에 사과를 채워 놓는 일, 테이블에 날 위한 밥상을 정성껏 야무지게 차려 오물조물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식사하는 일, 갓 배송된 책 두권을 꺼내 가지런히 두는 일, 내 취향의 도자기컵에 따뜻한 물 한 잔 마시는 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잠시나마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 일, 눈부신 햇살을 쬐는 일...
이 모든 걸 급하지 않게 서두르지 않고 오전 시간 내 요목조목 살살 했다는 건, 날 뿌듯하게 할 뿐만아니라 내 하루를 더욱 단출하게 찬란하게 눈부시게 만든다.
무엇이든 서두를 거 없다.는 생각이 있다. 게다가 인생... 그렇게 심각할 거 없었다.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이런 깨달음이 많아지자 뭐랄까. 정말 새로 태어난 기분, 꼭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인생이라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생각했던 이전의 나와 인생 그리 심각할 거 없다. 없었다.라고 생각하게 된 지금의 나. 내 삶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인생 그리 심각할 거 없었다.는 생각은, 인생 그리 힘주지 않아도 됐었다. 힘빼고 자연스레 무심하게 툭 내려놓듯 그러나 진중하게 앙칼지게 재밌게 신나게 여행처럼 놀이처럼 소풍처럼 대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일 것이다. 이미 지나간 건 지나간 것.다소 끌리셰한 말이지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자극이 된다.
나는 지금 여기. 현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