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동굴을 가졌는가?"
나는 질문하는 인간이다.
질문하는 사람은 나에 대한 갈망이 있는 사람이다.
질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통찰하게 하고 그 끝엔 삶의 지혜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에서 좋은 지혜가 나온다.
인생은 본래 고통이다. 삶의 지혜를 통해 괴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
완벽한 이것란게 완전한 것이란게 있을까.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완벽한 행복 완전한 행복... 내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이로운 것, 유익한 것.에 집중한다.
"너만의 동굴을 가졌는가?" YES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의 동굴은 내게 무한대다. 어떤 한계도 제약도 없다. 그 기준 역시 나 자신에게 있다. 나만의 동굴은 나만의 세계이기도 한데, 사특한 생각과 감정이 몰려올 때, 갑작스런 폭풍우나 소나기, 비바람, 눈보라가 휘몰아칠 때 나 자신을 잠시 피난시킬 수 있는 피난처다.
나만의 동굴에 머문다는 건, 비바람이 무서워 피한다거나 맞기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비바람은 비바람대로 절로 이고 잦아들이길 내버려두고 나는 나대로 나 자신에게 이르는 일이다.
나만의 동굴이란 내게 이런 류도 있다.
나만의 동굴 = 내가 하면 기분좋아지는 것들. 날 감흥시키는 것들. 날 설레게 하는 것들.
밥을 짓는다.
요리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한다.
빨래를 돌린다.
햇볕에 빳빳하게 바싹 말린 수건을 내 뺨에 살포시 갖다 댄다.
책을 읽는다.
글을 쓴다.
좋아하는 콩국수 한 그릇을 사먹으러 단골 식당에 간다.
자주 가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사랑하는 조카들의 사진을 본다.
운동한다.
명상한다.
좋아하는 패브릭을 구경한다.
취향저격의 그릇과 접시를 보러 간다.
퀼트 소재 소품을 구경한다.
그러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을 발견하면 곧장 데려온다.(이런 방식으로 나에게 소소한 선물을 한다)
따스한 햇살 아래 머문다.
내 취향의 반지 하나를 산다.
내 취향의 귀걸이 하나를 산다.
내 취향의 머리끈 하나를 산다.
힘든 마음 붙잡고 애쓰면 애쓸수록 고통은 더욱 커진다. 그럴 때 곧장 달려 내게 다시 생명력을 불어 넣어줄 나만의 심리적 물리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곳에 집중하다 보면 또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도자기 빚는 일에, 퀼트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배워볼 참인데, 이 또한 나만의 동굴이 되어줄 것이다.
살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마음이 어둠일 때, 마음에 폭풍우가 몰아칠 때,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자신만의 동굴을 가진 사람은 자신만의 고통과 괴로움을 지혜롭게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
나 자체가 흔들리지 않는 산이라면, 어떤 비바람이 온들, 어떤 폭풍우가 온들,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지 않은가. 절로 이고 잦아들게 내버려 두면 결국 흔들리지 않는 나.만 남는다.
"너만의 동굴을 가졌는가?"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만의 동굴은 내가 쉼 쉴 곳이자 평온한 안식처이자 알아차림의 장소다.
좋은 질문은 새로운 사유의 시선과 관점을 선물한다.
때론 날 다시 태어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