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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언어를 가졌는가?

보이지 않는 무형의 포스다

by Aarushi

시시로 수시로 내게 묻는 질문이다.

"나만의 언어를 가졌는가?"

"나만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인가?"


집에 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렀다. 언제부터인가 책도 인연이다.라는 생각과 책이 나를 부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가 날 불렀다. 좋은 책이란, 날 사유하게 하고 사색하게 하고 질문하게 한다. 좋은 책은 또 읽어도 마치 늘 이 문장을 처음 만난 것처럼 감동받는다.


천변 속 돌다리를 건넜다. 여느 날처럼 삼십 분 남짓 산책겸 걸었다. 내가 가는 방향으로 가려면 쭉 가다 어느 지점에서든지 돌다리로 천을 건너기만 하면 되는데, 늘 마음가는대로 가고 싶은 지점에서 돌다리를 건넌다.


같은 일상이어도 같은 산책이어도 날마다 새롭게 느끼는 것도 순전히 내 몫이겠다.


비가 보슬보슬 내려서인지 물살이 조금 거셌다. 그러다 중간지점에 이르러서는 돌다리 3개가 이미 옅게 물에 깔려 있어 격정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분명 멀리서 봤을 땐 보이지 않았는데, 순간 당황했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건너면 되는 일.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돌다리를 건너면서도 돌다리를 보면서도 거센 물살을 바라보면서도 나.를 본다. 내 삶을 본다.


수십개의 돌 다리 중 3개만 물에 잠겨 건넜을 뿐인데, 샌들 앞 부분이 살짝 젖었다. 맨 발에 차가운 물살이 닿았다.


살면서 내게 오는 장애물이나 난관이, 위기가 어쩌면 그리 큰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헤쳐나가면 되는 일. 그 고통과 무게를 딛고 반드시 일어나면 되는 일. 그 끝엔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 더 큰 깨달음이 찾아온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의 모음집 중 내 가슴속에 새긴 구절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데미안-


돌다리를 건너는 일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거센 물살을 헤쳐 가는 내 자신을 느끼고 발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안의 두려움과 불안은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닫게 된 후 나를 다스리고 다독이는 법을 알게 됐다.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완전할 순 없어도 적어도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독서를 할 때마다 한 권 한 권의 책에서 기쁨이나 위로, 마음의 평화와 힘을 얻지 못한다면 문학사를 알고 있다 해도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 생각없는 산만한 독서는 눈에 붕대를 감고 아름다운 자연을 산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기 자신과 일상을 잊지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더 의식적으로 더 성숙하게 단단히 붙잡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한다."

-헤르만 헤세, 독서에 대하여-


나는 오늘 이 문장을 만났다. 아름다웠다.

그의 한 권의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펼쳐진 페이지에서 만난 이 문장들.


작가 자신은 누군가의 삶을 더 의식적으로 더 성숙하게 단단하게 붙잡아 줄

그런 사람이란 걸 알았을까.


헤르만 헤세, 쇼펜 하우어, 니체, 릴케, 고흐...

고전작가들과의 만남은 내게 늘 위대한 수업이다.


나는 내 운명을 사랑하기로 했다. 이 책 한 권으로, 산책 한 걸음으로,

나의 오늘은 빛났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저녁 식사 후 소파에 기대 이젠 너무도 당연한 듯, 힘하나 들이지 않고 단숨에 몰입하며 쓴 나의 글이다. 타는 듯한 몰입으로 글 한 편에 마침표를 찍고 난 뒤, 내 글을 쭉 읽어내려갈 때가 있다. 조금 전도 그러한데, 가끔은 나의 사유에 나의 사색에 나의 경험과 통찰과 지혜에 내 스스로도 놀랄 때가 있다.


뛰어나서가 아닌, 순전히 나 자신의 내적 성장에 대한 놀라움이다. 아무도 몰라주어도 된다. 나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성장하고 있구나. 어제보단 분명 다른 내가 되어가고 있구나.에서 오는 환희가 있다.


나만의 언어를 가졌는가?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성장하고 있는 사람.

지혜를 쌓아가고 있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상냥한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다.


나만의 언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무엇을 통해 쌓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내겐 독서였다.


마음이 칠흙같이 어두웠던 시절, 어떤 날은 하루에도 열 권을 읽어내려 갔을 만큼 독서에 몰입할 수 있었다. 날 위로한 건, 날 살린 건 그 누구도 아니었다. 책이었다. 독서였다.


책은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로의 여행이자 그 시절 내가 사랑한 작가들과의 만남이었다. 그들을 통해 위로 받았고 삶의 지혜와 통찰의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독서를 통해 깨닫게 됐다. 책을 읽을 때에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것. 독서하는 동안 작가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그 경험을 나의 것으로 치환해 보는 일, 그런 작업들이 밀푀유처럼 켭켭이 쌓여 지혜가 되고 통찰이 되어 나만의 언어가 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깨닫게 됐다.


나만의 언어.란 높은 어휘력의 구사의 것이 아니라, 진짜 나의 언어다. 그 언어는 나에게서만 오는 것이자 나만이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경험이 나만의 언어와 뒤섞여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스토리와 만난다. 그 끝엔 그 사람만의 통찰과 지혜까 자연스레 말로 목소리로 그리고 글쓰기로 분명하게 선명하게 나타난다.


특히 글쓰기.에서 확연히 알아차릴 수 있다. 얼마 전 내 글을 읽은 친구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초아야, 너의 글을 조금만 읽어 내려가도 너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보이는 것 같아. 너무 좋다!."


또 다른 친구는, "언니의 생각들, 글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해보게 되고 좋은 영향과 자극을 받은 것 같아."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며칠 전 어느 독자분께서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건전하고 건강한 선한 영향력에 물드는 거 같아요. 심신이 건강한 삶을 지향하시는 작가님의 글이 더 많이 읽히고 귀감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댓글을 남겨주셨다. 이 댓글 하나로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언어는 이런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어떤 배경지식 없이도, What i have가 아닌, What i am이 보이는 그 사람만의 분위기, 아우라, 포스가 담긴 무형의 향기이자 사색과 통찰의 총체다.


내게 WELLNESS란, 그 범위가 무한하다. 건강한 식습관, 건강한 수면 습관, 운동과 명상을 통한 건강한 마음 습관과 근력, 알아차림과 내려놓음에서부터 이런 방식으로 진짜 나.를 알아가는 것. 나에 대한 갈망, 나.로 부터 출발하는 자아탐구, 나만의 언어를 갖는 것... 고정되어 있거나 정해져 있지 않다. 유연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유익하고 이로운 방식으로 작동되는 그 모든 것이다.


나만의 언어를 가진다면, 잘 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 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성장하고 용기를 준다.

"나만의 언어를 가졌는가?" 이 질문, 언제 어디서든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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