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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를 만났다

by Aarushi

하루에도 여러 번 재미난 경험을 한다.

진지하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고 그저 미소가 절로 난다.

웃는다. 자연스럽다.


포근했던 오늘,

천변길을 따라 안전하게 한쪽 켠으로 몸을 옮기고선 책 읽으며 걸어갔다.


그러던 중,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이었다.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아주 작은 무당벌레 하나가 그 문장에 떡 하니 앉았다.


어맛, 무당벌레야, 안녕?

의미부여 하기 나름이지만,

어쩜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이었다."라는 문장에서,

딱 그 문장아래 앉았니?


반가워. 그러곤 책을 수풀 사이 아래로 살포시 내려놓으며,

마치 가마를 조심스레 내려놓듯 내게 온 무당벌레 한 마리를 내려주었다.


일련의 이 과정들이 불과 30여초 정도 됐을까.

잠깐 사이,

나와는 전혀 개연성 없을 법한 무당벌레 한 마리와의 갑작스런 만남이 새삼 신비했달까.


순수하게,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오늘 너와의 만남도 분명 인연이었겠지.


무사히 내려놓아진 걸 본 후에,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하게 다시 책을 들고 숲 속 방랑자 처럼, 나그네 처럼

내 갈길을 걸어갔다.


나는 내게 일어나는 작고 사소한 사건들이 재밌다. 그리고 감사하다.

아주 하찮은 것이라도 아주 별 볼 일 없는 사건이라도

요즘의 나는 쉽게 지나치는 법이 없다.


십 초 라도 이십 초라도 필연성에 힘을 싣는다.

무당 벌레와의 짧은 만남에 나는,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이었다."라는 책 속 문장을 완벽하게 대입시켰다.


무당 벌레가 이렇게 앉을 일이던가.

오늘 참 재수 좋은 날.이구나. 운수 좋은 날이구나.


요즘 내가 사는 세상은,

하나같이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들 투성이다.

아주 사소한 것들서에서조차 내 머릿속은 빙빙 돈다.


질문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수용하게 한다.


있는 그대로 보기와 받아들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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