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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Jun 19. 2024

황홀경과 행복은 하나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를 알게 되었다

서른 일곱인 지금, 살면서 느낀 잊지 못할, 황홀한 경험들을 일부러 소환해 추억할 때가 있다.


그것은 사랑했던 연인들과 함께한 순간 일 수 있고 좋은 책을 읽는 동안의 몰입과 읽고 난 뒤의 감동과 벅참 일 수 있고 글쓰기를 통한 몰입의 경험일 수 있고 소소한 일상에서 온 것 일수도 있고 여행에서 경험한 순간일 수 있다. 


여행에서라면, 톨레도 성벽에 앉아 톨레도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보던 일. 

시간이 멈춰버린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를 생각했던 그곳. 


오베르 쉬오아즈에서 고희의 무덤으로 향하던 길에서 마주한 밀밭에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벅차오름을 경험했다. 그 시간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느꼈던 그런 순간들이 많다. 


땡볕이 내리쬐는 8월 여름 한낮, 그 길에서 내 그림자를 보았다. 선명하게 드러난 내 그림자를 한참을 바라봤다. 그러곤 그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 크고 작은 황홀감들 덕분에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축복이다. 행운이다.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될 수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걸 보면 황홀한 경험이란 이미 경험한 것임에도 이미 지나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내게 큰 행복과 여전한 황홀감을 선물한다. 일상을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많은 면에서 둥글둥글해져 가는 것 같다. 다소 세련됐던 내 모습은 이젠 수수하고 단출해졌으며 이젠 구수한 언니.냄새가 난다. 


난 지금의 이런 내가 좋다. 지금의 내가 내 스스로도 가장 편안하고 솔직하고 나답다. 

가 뭐래든 내 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려 한다. 


핵심은, 누가 뭐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는다.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는 단단한 마음 근육을 갖는 일이다. 

나의 자유로울 것.의 핵심이기도 하다. 


황홀한 경험에 대한 내 사랑은 여전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사랑은 더 깊고 짙어진다. 


많은 면에서 둥글둥글해지고 있다는 건 어쩌면 내 스스로가 많은 면에서 편안해졌다는 것의 방증이 아닐까.싶다. 내겐 의미 있는 일이다. 내 안의 근육과 심지는 더욱 단단해졌으며 많은 부분에서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졌다. 


황홀한 경험은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크고 작은 황홀경의 빈도가 내겐 행복감이다. 

황홀경을 아는 자, 자유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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