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lievibes Jun 18. 2024

삶의 의미란 존재 그 자체다

도행지이성. 길은 걸어감으로써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장자의 말이다. 


요즘 들어 이 말을 자주 곱씹어 보곤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이따금식 마음이 바닥이거나 가라앉을 때면 어느 여름을 소환하는데, 오베르 쉬오아즈에서 고흐가 바라봤을 한 여름 땡볕 아래 밀밭과 수풀과 바람소리, 그곳에서 우두커니 홀로 앉아 한 시간여 먼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젖어 있던 나의 모습. 


중세시대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톨레도 성벽 위에 홀로 앉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 오래된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던, 토이의 거짓말 같은 시간을 들으며 해질녘까지 오랜 시간 앉아 있던 나의 모습. 


그때의 기억은 늘 나를 깨어있게 한다. 그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해하기도 하면서. 삼십 대 초반, 마음의 갈피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중심을 잃기도 또 방황의 나날을 보냈던 그 시기를 돌이켜보면, 내 삶의 목적을 잃어버렸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지금의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인생은 아름답다고 삶의 고삐를 다잡으며 잘 살아가고 있다. 

그때의 너는 도대체 어딨는거니?^^ 


특히나 봄 그리고 여름이 오기 전 그 사이 한 3주 정도의 완연한 봄 날씨를 만끽하고 있자면 삶의 희망이 새순 돋아나듯 파릇파릇 피어오르고 내 존재 자체가 살아있음에 환희를 느끼곤 한다. 삶의 목적이 있을까. 삶의 목적, 의미란 어쩌면 변하지 않는 내 안의 존재. 참나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젠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틈을 주지 않는다. 인생은 찰나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이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신나게 아름답게 빛나게 찬란하게 보낼 수 있을까.에 집중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 방황의 시기조차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도 있다. 


삶의 목적을 굳이 찾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매 순간이 그 자체로 온전하고 온유하다는 생각이 내 삶을 의미있게 할 뿐이다. 가끔은 나비가 되어 새가 되어 푸른 하늘을 훨훨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영혼이 순수한, 영혼이 자유로운, 행동이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내 의지와 바람과 태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나의 길을 걷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젠 삶의 목적을 외부적인 것에서 찾지 않는다. 내 안의 나에게 자주 수시로 묻고 답한다. 그렇기에 나는 외적으로 화려한 모습이거나 그러한 삶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삶의 소중하고 고귀한 가치들로 내 안의 나를 가득 채우고 싶다. 


요즘엔 눈이 맑고 눈빛이 빛나는 사람을 보면 기분 좋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 역시 눈만큼은 언제나 초롱초롱 빛나고 맑은 사람이고 싶다. "We are all different."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우리 모두는 다 달라서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어서 우리 개개인 모두는 소중한 존재, 고귀한 존재라는 생각은 언제나 날 더욱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내 삶은 내 존재만으로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아름답다고 내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고로 너는 너의 길을 가면 된다고. 너의 길을 멈추지 말라고. 너의 길은 네가 걸어감으로써 만들어진다고 장자의 말을 빌려 다시 한 번 내 안의 나에게 전하는 오늘이다. 


삶의 의미란, 존재 그 자체다. 

이전 07화 친절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