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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Jun 19. 2024

삶은 자기 자신의 반영이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나는, 진짜 나를, 나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여전히 나를 알아가고 있고 성장해가고 있다) 이 또한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젠 친구와 신문로 뒷골목에 위치한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아주 정갈한 일본식 집밥으로 점심 한 끼를 먹으면서 연신, 만나면 즐겁고 기분 좋은 친구와 함께여서, 이렇게 깔끔하고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 한 끼를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날 둘러싼 그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너 정말 왜 이러니.할 정도로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조차 불안해하거나 우울한 감정이 들지 않으니 말이다. 


실체가 없다는 걸 알아버린 탓이다.


비정상적일만큼 삶에 초연해진 내 모습에 나조차도 흠칫 놀라기 일쑤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 이 역시 내가 내 삶을 살뜰하게  대하는 삶의 태도 중 하나다. 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나란 사람은, 무엇을 할 때 행복하지? 어떨 때 기분이 좋지? 설레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지? 무슨 색깔을 좋아하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편안하지? 무슨 음악을 좋아하지? 어떤 책을 좋아하지? 나는 아주 자주,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언제나 내 기분과 즐거움을 따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젓가락 하나를 고를 때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색을 고르고 디자인을 고른다. 내 취향의 것들로 내 물건들을 정리하거나 들이다 보면 내  물건에  대한 애정도 생기면서 그런 것들에서 오는 삶의 수수함과 단출함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지금의 나는, 순전히 취향 저격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여러가지 것들 중에서도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 중 하나도 헤어스타일이다. 대학시절엔 신입생이던 시절을 제외하곤 4년 내내 단발머리, 보브컷을 유지했다. 대학시절을 제외하고서도 줄곧 시원한, 쌈빡한 단발머리를 자주 유지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줄곧 내 불안했던 우울한 감정들이 일때면 기분전환이란 명목으로 즉흥적으로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가곤 했다. 그때 생각했다. 헤어스타일도 내 기운, 에너지의 반영이라고.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회사원 시절과는 달리 비쇼적 자유로운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줄곧 머리를 길어왔는데, 돌고 돌아 지금은 긴머리 유지 중이다. 나는 확실히 자유로운 영혼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게 외모 역시 다소 독특하고 이국적인데다 어떨땐 외계인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한국적인 외모와는 거리가 있다. 


헤어스타일도 인디언 풍 혹은 히피풍의 자연스럽게 뒤로 땋은 머리나 푼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하며 곧잘 긴 머리를 야무지게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멋스럽게 땋는 취향이다. 무튼 자연스러움이 포인트다. 집에 있는 손수건이나 스카프를 머리와 함께땋거나 묶어 헤어 스타일링을 하기도 한다. 


나는 액세서리도 잘 활용하는 편인데, 때로는 키즈용 똑딱핀이나 핀, 머리끈 등으로 그날그날 옷 색상과 깔 맞춰 나만의 스타일을 연출하기도 한다. 머리든 옷이든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데 있어 내겐 나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보기에도 예쁘고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그렇다고 너무 내 나이다워 보이지 않게는 되지 않도록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난 몇 년 간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안아주며 달래도 보고 마주하며 나를 알아가고 진짜 나를 알아차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질과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지며, 내가 하면 기분좋아지는 것들에 대한 질문과 답을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가면서 깨닫게 된 건, 나라는 사람은 본래 긍정적인 사람이며 부정적인 감정들은 진짜 내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긍정적인 것들에만 집중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은 늘 나 자신을 삶의 본질이 살아 숨쉬는 진짜 삶의 무대로 데려다준다. 


헤어스타일 하나도 별거 아닌게 아닌 것이, 그날그날의 내 헤어스타일과 상태는 그날의 내 기분과 태도가 되고 그 에너지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헤어스타일 조차도 내 삶의 태도처럼, 과하지 않게. 화려하지 않게. 그저 단출하게 심플하게 깔끔하게 단정하게 수수하게 정갈하게 살뜰하게 자연스럽지만 초라해 보이지는 않게 보살핀다. 그러면서도 아주 멋스럽게, 헤어스타일 그 자체가 곧 나다울 수 있도록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땋은 머리. 그런 의미에서 내게 아주 딱이다. 헤어스타일조차 마음에 쏙 드니 더욱이 자신감 뿜붐이다.

역시 인생이란, 내 멋에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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