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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Jun 17. 2024

살림살이의 기쁨

내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싶을 때,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어김없이 물건을 바꾸게 된다. 무언가가 사고싶어서 먼저 든 마음이 아니라, 희한하게 조금 오래 잘 썼다 싶을 것들을 새 것으로 바꾸자는 마음이다. 


참 신기한 건, 환경을 바꾸고 싶을 때 새로운 시작이나 도전을 결심할 때 꼭 이런 일이 있다. 이 물건이 나와 작별하는 걸까. 내가 이 물건을 놓아주는 걸까. 둘 다다. 물건도 인연이라 사람 인연과 다르지 않다. 내 마음이 다했다면 미련없이 후회없이 잘 놓아주는 것. 지금 껏 나와 함께 해준 것에 대한 예의일 수 있다. 


너의 마음이 다했고 나의 마음이 다했던 건 수건이었다. 레오파드 무늬 수건 4장. 수건은 자주 갈아줘야 하는데 이 수건은 바꿀 새 없이 1년이 다 되었다. 1년 동안 나도 바빴나보다. 


있는 걸 또 사는 게 아니라서, 내 마음에도 어떤 걸림이 없거니와 새로 바꿀 것에 설레고 행복해한다. 오호, 이번엔 어떤 무늬로 어떤 색을 골라볼까.하는 마음이다. 지극히 내 취향의 살림살이일 것이라 사러 갈 때까지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내겐 이 또한 소소한 그러나 확실한 행복이다.


빳빳한 수건을 좋아한다. 얇은 수건보단 두텁고 말랐을 때 까슬까슬한 감촉의 수건이 취향이다. 수건은 꼭 햇볕에 바짝 말리는데, 햇볕을 온 몸으로 맞은 바싹한 수건을 내 한 쪽 뺨에 살포시 갖다대면 이토록 행복하고 포근할 수가 없다. 


정말이지 내 일상 순간순간마다 리액션이 훌륭해서 큰일이다. 이런 큰일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하지만서도. 


몇 년 째 여기 수건만 써서 매장에 들렀다. 예쁜 연두와 보라, 주황과 핑크의 줄무늬 조합 2개, 샛파랑 민무늬 1개 이렇게 3개를 데려왔다. 이 3장의 수건이 날 불렀다는 설명이 맞겠다. 고민의 여지 없이 바구니에 넣었으니 나와의 인연이 분명하다. 올 여름, 요 컬러풀한 수건들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쓰면서 나는 기분 좋아하겠지? 행복해하겠지? 이런 바이브는 분명 내게 좋은 에너지, 좋은 일들이 오게 할거야! 


지금의 내가 더는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는, 순간순간 삶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나의 삶이 정말이지 아름답다고 찬란하다고 눈부시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날 달라지게 했을까. 


이유는 단순한데, 감사함이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인데, 축복인데, 행운인데 우울할 새가 어디있나.하는 마음이다. 감사함은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아름다워보이게 하는 마법이다. 


나에 대한 사랑, 존중, 친절 

타인에 대한 사랑, 존중, 친절은 하나다. 


이런 예쁜 마음이면 어느 것하나 예쁘지 않은 일이 없다. 

정말이지 화가 없다. 화를 낸적도 화나지 않는다. 화내서 무엇하나. 무엇이 해결되나.는 생각이 있다. 

 

내 집 살림살이는 이토록 단출할 수가 없다. 순전히 내가 원해서인데, 비움이 내겐 채움이다. 텅빔 속의 텅빔, 여백, 순수를 사랑한다. 


단출한 살림살이여도 요리하는 사람인 내게 취약한 것이 주방살림살이다. 부엌 살림살이도 분명 보통의 사람들보다도 단출할 수도 있을 텐데 내가 추구하는 진짜 웰니스 식탁, 웰니스 밥상, 웰니스 요리, 웰니스 레시피는 정말 심플하다. 복잡하지 않다. 그래서 아마 이토록 단출하고 소박한 내 부엌 살림이어도 나는 충분히 만족해 할지도 모르겠다. 


내 집 살림살이는 정말이지 지극히 초아답다. 


내가 좋아하는 침구라든지 욕실 용품이라든지 주방 살림살이라든지. 이런 방식으로 내 취향 껏 나다워지는 물건들을 하나씩 사는 일, 집 안에 예쁘게 배치하는 일, 향유하는 일만으로도 낭만적인 순간순간을 보낼 수 있다. 


행복은 내겐 낭만이라는 말과도 같은데, 

내 삶의 낭만을 발견하는 건,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다. 

자기 자신. 세상살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 아침 어제 낮볕에 바짝 말린 샛파란 수건을 썼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어머멋. 태닝한 듯한 구릿빛 내 피부에 갖다대니 힙한데? 외려 세련되 보이는데? 오호 좋았어! 너무 잘샀네!! 촉감도 굿굿!!. 나는 그렇게 찐 행복해했다. 


행복할 줄 아는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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