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즐거움
살면서 오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나 시련, 실패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의 내적 고통을 그저 묵묵히 감내하는 일,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
내가 마주한 삶의 어려움이랄까. 고통이란, 이 모든 건 나의 기대가 너무도 컸던 탓인데, 그로 인해 깨닫게 됐다.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과 집착과 기대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걸.
이젠 그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고 자기 자신을 명징하게 수용할 줄 알게 되었기에 내 스스로를 과감하게 내려놓는 용기를 냈기에 이렇게 다시 잘 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누구에게나 오는 성장통 같은 것일 수도 있었겠으나 생각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내게 찾아왔다는 것이 인정하기 어려웠고 싫었고 소스라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눈물을 삼킨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 늦게 알아버린 탓일까. 지금은 다행히도 그 상처에 새살이 돋아 잘 아물었다. 사실 상처가 아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흔적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재를 살아야 하기에 내 삶을 살아가야 하기에 지켜야 하기에 이를 악물고 견뎌내고 있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내 선택 혹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로 삶을 물들이는 것만큼이나 자기 자신을 비참하게, 괴롭게 만드는 것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과 선택과 경험이 어디 있을까. 기회비용처럼 우리네 인생 매 순간순간 어느 쪽이든 때로는 값비싼,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또한 여실히 느끼게 됐다.
내 삶의 고비고비마다 내 손을 잡아 준 건, 날 일으켜 세운 건 그 누구도 아니었다. 내게 책이란, 시간을 내어 읽는 것.이라 한다면 어색하기 그지없을 만큼 책은 내게 밥 먹는 것과 같은 하루 일과이자 일상이었고 친구였다. 책과 함께 나도 성장했다.
독서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해체해보고 비틀어보기도 하고 나에 대입해보기도 하고 내 생각을 해체하기도 하고 요리조리 지식과 사유를 요리해가며 나만의 언어를 얻을 수 있었다.
독서는 그런 것, 나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지혜를 통찰을 선물한다.
고비마다 함께였다. 내 옆을 떠나지 않고 날 위로하고 달래줬던 건 역시 책이었다. 특히 지독히 힘든 마음일 땐 하루 종일 침대에 앉아 그 자리에서 4-5권은 족히 읽었다. 만약 그때 책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책 속엔 질문이 있었고 통찰이 있었고 지혜가 있었고 삶이 있었고 인생이 있었고 사람이 있었다.
책 한 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저 읽고 책을 덮을 때마다 늘 들었던 생각은, 책 네가 없었다면 어쩔뻔 했니. 날 살게 하는 구나.였다.
내 감정에 이상기류를 감지할 때마다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책 10권을 몽땅 빌려와 바로 읽기 시작하는데, 책은 마치 내게 마법을 부리듯 요술 부리듯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로 안내한다.
그 순간만큼은 날 괴롭히던 모든 잡념은 사라지고 만다. 글쓴이의 한 문장 한 문장에 위로받고 고전 소설 속 주인공에 완전히 몰입해버리고 마는데 인물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지혜를 얻는다.
책만큼은 날 아무런 대가 없이 조건 없이 알아주고 대해준다. 내 마음이 바닥일 때, 날 떠나지 않고 그때마다 내게 용기와 지혜를 주는, 삶을 살아갈 힘을 주는 책이란, 내겐 생명의 은인이다.
책 속에 파묻혀 있는 기분도 곧잘 즐기는데, 자기 전 조명 하나만을 켜놓은 상태에서. 엎드린 채로 양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이삼십분 정도는 독서를 하다 잠드는 일.도 여전하다.
무너졌던 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 준 책에게 난 언제나 빚진 마음일만큼, 책은 날 살렸고 어제보단 나은 나로 지금에 있게 했다.
책은 내게 많은 걸 말해주었다. 인생은 원래 험난한 것. 누구나 각자 저마다의 고통을 견디며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인생은 원래 고독한 것. 당연한 것. 잘 견뎌내고 있다는 것. 수많은 인생의 지혜를 내게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주고 갔다.
내가 사랑한 그 시절 니체의,
"상처에 의해 정신은 고양되고 새 힘은 솟아오른다."는 말에
내가 사랑한 그 시절 고흐의,
"아무런 후회가 없다면 인생은 너무나 공허할 것이다."라는 말에 위로 받는다.
몇 년 전, 오베르 쉬오아즈로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갔었다. 그 여정의 종착지는 고흐의 무덤이었다.
화가이기 이전에 철학자와도 같았던 그의 삶 앞에 숙연했다.
유난히도 고전 철학자, 소설가들을 흠모하는 나로선 책은 내가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생이란 본래 고통이다. 괴로움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은 나 자신을 아는 것.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 그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며 책이 주는 세계에도 사랑, 애교 가득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책이 주는 세계는 한 개인의 삶을 지탱하고 살릴 만큼 결코 가볍지 않으며 그 경험은 환상적이라는 것!
책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고귀하며 겸손하며 설렘인 이유다.
이번 주엔 또 어느 시대, 어떤 세계가, 어느 작가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