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lievibes Jun 18. 2024

고독이 주는 기쁨

쉴 땐 확실하게 제대로 잘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 그런 시간을 온전하게 갖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걸림이 없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마음이 편안하네?. 딱 이 마음으로 현재 내 마음의 온도와 건강을 체크한다. 정확하다. 


점심으로 후무스를 만들었다. 미리 불려놓은 병아리콩도 삶아 놓았고 올리브유 듬뿍 넣어 내 사랑 후무스를 아주 맛있게 만들었다. 감자와 브로콜리도 넣었고 잡곡밥과 직접 만든 바질 드레싱으로 쓱싹쓱싹 비벼 야물게 밥 한 톨도 놓치지 않았다. 후무스 역시 한 숟갈도 놓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쓱쓱 야물게 비운 건 비밀^^ 혼자먹는데 그리고 내 손가락인데 무슨 상관이던가.한다. 


프레쉬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나니, 이리도 혼자만의 시간이 짜릿하고 즐겁고 편안해서야...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게 없다는 게 말이 되니?... 이러고 있는 날 목격하는 일이 나는 그저 신통방통하다. 그저 즐겁다. 


아차, 이 아침 책 주문도 마쳤다. 보통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 없으면 무조건 구매해서 본다. 나는, 새책의 빳빳함이나 냄새, 그런 감성보다는, 무언다 다소 낡은, 뭐가 묻어도 그마저도 나쁘지 않은 헌 것이. 헌책에 더 마음이 간다. 


그러고보니 아침부터 자잘하게 꽤 무언가를 했다. 책 주문도 알뜰하게 마쳤고 아침 빨래도 했고 알아볼 일도 정리했고 날 위한 점심 한끼도 오전 11시부터 사부작사부작 해서 먹었고 최진석 교수님의 강의도 찾아 보았다. 최진석 교수님의 인사이트는 놀랍다. 기억에 남는 건, 함석헌 선생의 말을 인용한 문장이었는데, "너만의 동굴을 가졌느냐?"였다. 내 대답은 "YES!" 내가 애정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러가 고독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늘 그렇듯 오늘은 "고독이 주는 기쁨"이 내 머릿 속을 그쳤다. 나는 이렇게 무언가 순간적으로 탁 내 뇌리를 스치는 제목이나 혹은 문장으로 과감없이 글을 써 내려간다. 


서른 중반부터, "고독"에 대한 내 기존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 어릴 땐, 불과 삼십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고독이란, 다소 어두운 것, 부정적인 것, 외로운 것, 소외된 것.과 같은 그런 류의 이미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고독"이란 그런 류가 아니란 걸 완연하게 깨닫게  됐다. 내 해석은 이렇다. 고독이란 함석한 선생이 말한 "나만의 동굴"일 것이며 내가 생각하는 고독이란, 나만의 시간, 나를 아는 시간, 나를 찾아가는 시간, 나를 목격하는 시간, 나를 관찰하는 시간, 나의 길이 나에게 있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 혼자만의 시간, 통찰과 반성의 시간, 성장하는 시간, 번영의 시간이다. 


내공을 쌓는 일이자 날 더 순수하게 만드는 일이다. 


몇 년 전부터(내 삶의 태도와 가치관과 인식이 변하기 시작한 때)나는 의도적으로 고독을 선택한다. 고독을 찾고 고독을 만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고독이란 내 안의 동굴로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신비로운 나,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기쁨이란 그 즐거움이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황홀감이다. 평온함이다. 고요함이다. 


그러니 어찌 이 고독을 놓칠 수 있겠는가. 지금의 나에게 고독은 나의 벗이고 애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걸 미처 다 깨닫기도 전이던, 내가 만약 그때 그 시절에 결혼했더라면 과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을까. 행복할까.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을까. 나라는 개인의 삶 역시 잘 살아내고 있었을까.하는 생각에 아찔할 때가 있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때,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내 안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 성숙한 인간이 되었을 때, 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았을 때, 내 스스로를 포용하고 수용하고 용서하는 방법을 알았을 때... 결혼을 하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마음가짐과 시선으로 결혼생활도 잘 유지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든다. 


날 사랑한다는 것, 날 이해한다는 것, 날 용서한다는 것, 날 수용한다는 것, 날 인정한다는 건 사실 바꾸어 말하면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인정하고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과 같다. 그러므로 훨씬 더 깊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너그러운 아내, 너그러운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희한하리만치 훨씬 더 어렸을 때보다, 서른 후반인 지금의 내가 더 궁금하다. 기대된다. 나와 날 둘러싼 우주와 세계와 세상에 온통 궁금한 거 투성이고 호기심에 가득차 있다. 그러니 삶이 지루할 틈이 있나. 평범한 일상에서도, 지리한 일상에서도, 나는 어떻게서든 나만의 방식과 해석으로 희미를 두고 가치를 둔다. 그러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내 소소한 일상도 의미있고 가치있어진다. 


지금의 내게 고독은 가히 긍정적이며 사랑이다. 고독을 이렇게 느낄 수 있게 해준 지난 나의 모든 경험들에게도 감사하게 됐다. 뭐든 내 마음에  달렸다는 말. 정말 맞다. 이 세상은 내가 보고 싶은대로, 내가 보는 대로 펼쳐진다. 그렇담, 아름답고 눈부시고 찬란하게 바라봐야지^^ 공짜아닌가^^


내 삶의 주인이 난데, 무언들 못할까. 

살면서 느끼게 된 것 중 하나, 남의 말 듣지 않아도 잘만 산다는 것. 


"너만의 동굴을 가졌느냐?" 늘 내 삶을 관통하는 말이다. 

나는 왜 이토록 자꾸만 고독을 찾는가? 

이전 05화 독서 명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