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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Jun 20. 2024

얼굴에 장미가 딱 박혀 있어요

얼굴에 관해서라면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는, 동물 고양이와 치타를 닮았다고 한다. 날렵하고 그런 모양새에 얼굴 생김새와 전체적 분위기가 쏙 빼 닮았다고 한다. 날 보면 딱 얼굴이나 전체적인 느낌에서 고양이와 치타가 떠오른다니 정말 그런 이미지가 있는 건 틀림없는 모양이다. 꼭 그 말미엔, "치타 닮았다는 건 좋은 말이에요. 예쁘다는 거에요!."한다.


무튼 고양이상이 확실하다.


나이 들어갈수록 화려함보다는 소박함과 단출함과 심플함과 차분함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는데 또 그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데 혹시나 내 얼굴이 강해보이지는 않은지, 좀 쎄보이는지는 않은지 아주 잠깐 생각하게 되었다.


도시적이거나 깐깐해보이기보다는 편안한 인상이 되었으면 하는 내 바람이 잘 돼가고 있는지도 상기했다.  치타 닮았다.는 말 한마디에도 나는 나를 돌아본다. 지금 내 얼굴이 어떠한지. 어떤 분위기를 가졌는지. 어떤 아우라를 가졌는지. 내 말투는 괜찮은지. 안녕한지. 내 마음과 가치관과 태도와 내 삶과는 다르게 내 모습이 과하지 않은지. 화려하지 않은지.


나이 들어갈수록 더욱, 부디 편안하고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길. 그 마음가짐과 함께 내 얼굴도 그와 같기를. 지리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 순간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내안의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했고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일이 옷과 신발과 가방을 사고 멋있어 보이고 예뻐보이고 섹시해보이고 있어보이고 인기있는 사람이 되는 일보다 훨씬 더 가치있고 의미있고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란 걸 깨닫게 된다.


옷이나 가방, 신발 등... 외적으로 날 화려하게 혹은 멋쟁이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게 된 데에는 내면에 집중하면서 부터다.


그러려 몸과 마음의 건강한 밸런스도 필수인데, 특히나 꼭 비싸지 않은 옷이여도, 내 몸이 가볍고 내 체형이 올바르고 곧으면, 자기관리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면 얼마든지 몇 천원 짜리 몇 만원 짜리 옷도 몇 십만원 몇 백만원 짜리 옷보다 훨씬 더 빛나게 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결국 내 마음과 몸이 명품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몇 천원 짜리 몇 만원짜리 옷과 신발과 가방도 그 가치는 그걸 입는 사람에게  달렸다. 이런 것도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인 취향과 삶의 가치관과 태도일 것이다. 개인적으론 내겐 이런 것들이 훨씬 가치있고 의미있게  다가온다는 것과 이런게 나답다는 걸 깨닫게 된 덕분이다.


어떨 땐 몇 천원짜리 옷을 입었는데 친구들이 예쁘다거나 혹은 어디서 샀는지 물어라도 보면 그 쌈빡함에 쾌재할 때가 있다. 살뜰하고 알뜰한 소비를 할 즐겁고 기뻐하고 감사해한다.


파리 살 때의 일이다. 3구 마레지구에서 쇼핑을 하던 중이었다. 프랑스 여성 특유의 시크함과 세련미 있고 스타일리쉬함을 가진 중년 여성 일행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 입고 있는 내 외투가 예뻐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나는"쎄 자하"라고 이야기 해줬는데, 자라에서 샀다고 하니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얇은 긴 코트형태의 얄쌍한 민무늬 브라운 자켓이었는데 49.99유로에 샀던 걸로 기억한다. 결국 얼마짜리 옷 이든 그걸 소화해내는 본인의 분위기, 아우라다.라는 생각이 있다. 얼굴 생김새의 예쁨과는 별개다.


어제 한 여자 꼬마 아이가 내게 말했다. 고양이를 닮았다고. 그러면서 "얼굴에 장미가 딱 박혀 있어요."라고 했다. 아이의 워딩에 나는 깜짝 놀랐는데,


얼굴에 장미가 딱 박혀 있다니. 신선하고 순수했고 귀여웠다. 아이의 눈에서 바라본 내 모습이 장미라니. 그러면서 "칭찬이에요. 눈이 그래요. 근데 예뻐요!."라고 말해 주었다. 잠깐 새였지만,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런 게 순수.구나 나는 이렇게 아이에게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배운다.

어제 들은 "얼굴에 장미가 박혀 있어요!"라는 말이 쉬이 떠나지 않는다.

장미를 닮은 사람이라... 아니 얼굴에 장미가 밝힌 사람이라...


무엇이 그 아이로 하여금 날 장미로 보이게 했을까.

내면의 성장을 위한 나의 노력이 외면으로 확장된 것일까.

무튼 어느 이유에서건 반갑다.


삶이 이토록 눈부신 거 였구나.

삶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었구나.

삶이 이토록 신비로운 것이었구나.


순간순간 펼쳐지는 삶에 나는 경외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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