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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Aug 19. 2024

매일 바이커 팬츠를 입으면?

올 여름은 블랙 바이커팬츠 5부 하나로 나는 중이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렇게 활동적일 수가 없다. 답답한 느낌이 불편해 긴 레깅스 바지를 입어본 적이 없는데, 바이커 팬츠는 예외였다. 한 번 입으니 손이 절로 간다. 블랙 바이커 팬츠, 매일 입는 옷이 됐다. 나와 한 몸이 됐다. 철썩같이 달라 붙는다. 코디하기도 쉽다. 


옷을 소비하는데 드는 지출이 많지 않다. 사더라도 꼭 마음에 드는 것 딱 한 벌정도. 겨울 외투를 한 벌로 난 해도 있었고 똑같은 옷을 내내 입은 적도 많다.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다. 삶의 가치관과 태도가 명확해지면서, 나를 알아가게 되면서 옷.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예쁜 옷을 다 사고 싶은 마음보다는, 체형을 관리해 기존에 있는 옷을 잘 입는 것과 어떤 옷을 입어도 몇 만원짜리 옷을 입어도 밋밋한 옷을 입어도 초라해보지 않는 나만의 분위기를 쌓자.는 생각이 있다. 


지금 내 옷 스타일의 기준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수수하지만 단출하지만 초라하지 않게. 그러려고 노력한다. 그러려면 내면의 가꿈이 필수다. 


타인의 시선에 이토록 개의치 않음이란, 이십대의 내가 보면 깜짝 놀랄 일이다. 유익한 일이다. 


48kg의 체중을 유지할 때, 내 정신이 가장 깨어있다. 


직감적으로도, 경험적으로 그 무게일 때, 에너지와 생기가 넘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숫자와는 별개로, 내 몸의 가벼움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과식을 경계하고 건강하게 잘 먹으면서 공복시간을 조금 길게 유지하는 것. 익숙해지면 습관이 된다. 


어제 늦은밤. 옷을 주문했다.웬만해선 옷을 사지 않는 내가. 옷을 사는 경우는, 필요해서다. 


신상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내 스타일이면 해 지난 것이라도 개의치 않는다. 신발도 가방도 마찬가지다. 그런 자유로움이 좋다. 


내가 좋은 것이면 어느 것이든 상관하지 않는 것. 이것도 내 삶의 소소한 자유다. 


나는 작지만 소중한 이런 사소한 자유를 내 하루에서 내 일상에서 시시로 경험한다. 내가 하면 기분좋은 것들 = 자유다. 그 의미란, 자유를 향유하고 만끽하는 사람 마음이다. 


지금 내가 선호하는 옷은 디자인이 패턴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색도 화려한 것보다는 톤앤톤의 것들이다. 헤어스타일도 머리카락을 뒤로 길께 땋은 내츄럴한 것이 좋고 신발도 운동화, 봄 여름엔 낮은 웨지힐 샌들을 신는다. 


백팩도 곧잘 메는데, 백팩을 멨을 때 양손의 자유로움이 좋다. 씩씩하게 걸을 수 있다. 에코백이나 보세 가방을 멘다. 무난한 가방에 키링거는 것. 소소한 기쁨을 준다. 시윤언니가 일본에서 엽전2개가 함께 달린 예쁜 키링을 선물로 줬는데 행운의 키링이라고 하니 볼 때마다 좋은 기운을 받는 기분이다. 


삶이 익어가면서 내면의 아름다움과 함께 외면의 아름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내면과 외면은 하나다. 


체형을 관리하면, 외려 옷에 대한 욕심이 준다. 어쩌다 친구따라 옷가게에 들렀다가 휘둥그레 이것도 저것도 사고 싶은 생각이 일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지금 이는 이 감정이 단순히 욕망인지 아닌지를 체크한다. 대부분 필요가 아닌 욕망이다. 


이런 저런 시기가 지나니, 서른은 분명 한 개인의 삶이 무르익어가는 과정이다. 아주 조금씩 자신의 인생을 이해하게 된달까. 삶과 사람을 사랑하게 된달까. 찰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앞으로 나의 옷에 대한 소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은 변하니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기대는 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참 단출한 내 옷장이 어느 날은 많아 보이고 번잡스러울 때가 있다.


진심으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사람 사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내면의 부유함을 느껴본 나의 경험 덕분이다. 


그러고보면 시각과 시선은 완벽히 주관적이다. 

그러니 내 시선으로 올바르게 바라볼 줄 아는 일이, 

때론 자기 자신을 관조하는 일이, 통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지금 현재 내 삶에 만족하는 것도 

분명 내 시선에 달렸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젠 알 것 같다. 


삶은 정말이지 찰나니까. 

순간순간이니까. 


매일 바이커 팬츠를 입으면? 깃털처럼 가볍달까. 자유로운 새가 된 기분이랄까. 똑같은 옷을 입는다는 건 내겐 취향이고 자유고 가벼움이고 활동성이고 확장성이다. 유후~! 매일 같은 옷을 입으면 삶이 선명해진다. 단출해진다. 분명해진다. 알아차림에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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