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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Aug 22. 2024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여름 끝자락 몸이 무겁다. 분명 이런저런 이유로 먹는 것에 고삐를 놓아서인데, 재빠르게 알아차리고 다시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 걷기도 며칠째 스톱이다. 비가 내린다는 핑계를 대보았지만 변명일 뿐이다.


오전엔 수진언니와 전화너머 즐거운 수다를 했다. 전화 통화 끝에 나는 "언니~ 늘 보고싶어!"라고 했다.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나이 들어가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내 곁에 머물 사람은 절로 머물게 돼 있다라는 것.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 언니들 소위 찐친이 몇 있는데 말하지 않아도 않아요.라고 말하듯 문자 그대로 말하지 않아도 내 눈만 보아도, 내 눈빛만 보아도, 내 얼굴만 보아도 그들은 마치 내게, 널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엔, 이십대땐 왜 이토록 인간관계에 힘들어하고 고뇌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지금의 초아가 보면 안타까울만큼 에너지 소모가 컸다. 지금은 이토록 무심할수가 없다.  


모든 것은 시절 인연인데, 분명 인연이었고 만남이 있으니 헤어짐이 있다. 연인도 친구도 마찬가지다. 너와 나는 분명 어떤 고리에 의해 만날 운명이었던 것이고 서로의 역할을 다했으니, 때가 되었으니 임무를 마치고 절로 떠나게 되는 그런 류가 아닐까. 그러니 아쉬워하지도 집착하지도 슬퍼하지도 애석해하지도 탓할 것도 없는 것이다. 가끔 지나간 사람들이 떠오른다. 익숙한 장소나 추억이 알알이 맺힌 장소를 지나갈때면 유독 그리워지곤 한다.


마포역 맥도널드와 쟈스커피를 지날때면 유독 생각나는 유연언니. 동기로 만나 이십대 후반, 서른을 즐겁게 재밌게 보냈던 기억이다. 4 차이였지만 언니는 , "초아는  친구같어."  오래전 성수동 커피소년 콘서트에 가서는 노랫말 서로 눈물을 글썽이던 , 그러면서 "우리 주책이야~"하면서 울다가 웃었던 , 맥도널드 소프트콘이 700원이던 , 그렇게 수다를 하고서도 헤어지기 아쉬워 맥도널드 마포역점에서  그거 하나는 사먹고 들어가야 했던 , 퇴근  광화문역에서 치맥하거나 전에 막걸리   하고 가던 , 서울 시내 곳곳 언니와의 추억이 안닿는 곳이 없다. 어쩌다 연락이  끊기게 되었는데 이유가 있을까. 절로 그리 되었다는 것밖에. 언니와  분명 인연이었다. 언니가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른 후반의 나는 사는 게 뭔지. 나는 누구인지. 인생이란 뭔지. 인간관계란 뭔지. 나는 왜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지.등등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살아보니 인생, 뭐 그리 심각했나.싶기도 하고 허송세월했던 지난 시절을 복기하며 소스라치게 놀라고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무기력감과 우울에 처절하게 무릎꿇던 시절, 허송세월했던 시절과도 완벽하게 겹치기도 한데, 실은 허송세월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는 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허송세월이면 어떤가. 나니까, 내 삶이니까 허송세월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가 내 삶을 혹은 타인의 삶을 재단하고 마름질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허송세월이 있었기에 나 자신이 귀한 줄 알고 타인이 귀한 줄 알게 됐다. 허송세월이 있었기에 삶이 귀한 줄 알고 삶이 선물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 세월이 있었기에 살아있다는 건 기적이고 축복이고 행운이고 선물이란 걸 알게 됐다. 그러니 그 시절을 허송세월이라하는 게 알맞을까? 이왕이면 성장세월이라 해야겠다.


오전에 수진언니와 통화하다, 언니는 "나는 하루를 살아. 그냥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 하루를 살지 않으면 불행해져." 다 아는 이야기 같으면서도, 끌리셰하면서도 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 콕콕 와닿았다. 찐친들과의 대화는 늘 이런 방식이 된다. 우리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라던지 가십거리는 일체 없다. 늘 우리 사는 이야기, 각자의 이야기, 앞으로 어떻게 살건지. 삶이란 무엇인지... 따뜻하고 벅차고 감동스런 이야기들이 쏟아질 때가 대부분이다.


올해 초 겨울 언니와 함께 성수동 거리를 걷다 즉흥적으로 들어간 숍에서 하트모양의 귀걸이를 선물해주면서 "우리 초아~ 좋은 사람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했는데 나는 여전히 혼자다. 아무렴 사랑이란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아직 싱글인 건, 다 이유가 있겠지.한다.


정말이지 내가 아직 혼자인 이유는, 다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 사람의 아내, 한 사람의 엄마가 되기엔 아직 배울 게 남았나보구나.라고 생각하는 편이 유익하다. 또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 아쉬운 마음이라곤 없다. 아직 혼자여서 좋은 점도 이토록 많은 걸.한다. 결혼에 늦은 나이란 없다. 결국 어떤 사람과 함께 있느냐. 함께 하느냐.의 문제일뿐.


서른 후반의 내게 삶의 태도란, 인간관계의 태도란, "날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다. 인정욕구는 사라진지 꽤 되었고 날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날 더 매력적이게 한다. 나를 만나는 모두가 날 좋아하길 바라는 건 집착아닌가. 허무맹랑한 기대일 수 있다. 삶은 인간관계는 꼭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 절로 펼쳐지는 것이고 인연이라면 나와 닿는다. 아니면 말고.의 마음도 도움된다.


인간관계의 어긋남이 행여 나 때문일까.류의 내 탓으로 돌리지 않게 됐다. 그냥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일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이롭다. 피해도 되는 관계라면 피하고 보지 않으면 된다. 그러다 보니 새로 알게 된 인연이라 한들 잘 보이려한다거나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 없이 상냥하게 다정하게 그러나 무심한 태도로 임한다.


누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와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일상에서 많은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 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고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좋아해주면 된다. 내가 나를 알아주면 된다. 남의 인정보다 나 자신이 내게 주는 인정이 내가 이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몸이 무거워졌으니 다시 가볍게 할 일만 남았다. 오늘을 살자. 하루를 살자. 현재에 집중하자. 삶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나간 것도 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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