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lievibes Aug 16. 2024

한여름밤의 꿈이었을까?

오늘이 금요일이란 걸 오늘 아침에서야 지각했다. 말이 된단 말인가. 말이 된다. 나는 왜 오늘이 목요일쯤 되었을까.했을까. 아주 가끔 이런 날이 있다. 이럴 때면 사는데 그리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시간을 인식하지 않고, 요일을 인식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생각까지. 뭣이 중헌디. 이 문장 하나가 떠오르는 건 무엇. 이토록 무작위한 사유라니^^


어제 점심 기분 좋은 만남이 있었다. 결이 잘 맞는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는 늘 유익하다. 점심을 먹고 검색해둔 카페에 갔다.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주문해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가 내게 선물을 건넸다. 화들짝 놀라고 말았는데, 그 마음이 따뜻하고 고마워서 어쩔줄 몰랐다. 인요가에 관심이 가던 차였는데, 요가 선생님인 그녀가 내게 인요가의 언어.라는 책을 선물한 것이다. 게다가 민트색 가죽 책갈피까지. 연신 고마워했다. 정말 그 마음이 예쁘고 따뜻하고 고마워서 감동이어서. 고마움은 무엇이든 느끼는 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쩜 이렇게 꼭 맞는 선물일까. 만나면 그녀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침착하게 즐겁게 잘 들어줘야지. 경청해야지 하던 터였는데 어쩌다보니 내 말이 더 많아지고 있구나.알아치리고 있던 터였다. 묵직한 그녀의 언행과 태도와 톤과 매너는 날 편안하게 했고 더 큰 위로와 긍정 에너지를 얻은 즐겁고 반가운 시간이었다.


8월까진 스스로에게 시간을 좀 더 주기로 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즉흥적이기 보단 시간을 두고 있는 그대로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진지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보름 정도면 넉넉하다. 대신 그 기간 동안 불안해하지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요상한 죄책감이라든지, 비교라든지,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든지, 두려움이라든지, 우울이라든지, 부정적인 생각일랑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하루 종일 아주 느긋한 마음이었다. 편안했고 안정적이었다. 오호랏. 오늘 아주 평안한 걸? 고요히 나를 만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럴때일수록 잘 먹고 잘자야 한다. 매일 2시간씩 걷는, 공원 밤산책을 해서 집에와 샤워하고 나면 잠이 스르르 밀려온다. 꿀잠잔다. 먹는 것도 먹고 싶은 걸로 매 끼니 아주 잘 챙겨먹고 있다. 점심엔 생채와 갓김치 썬 것, 콩나물, 참기름, 고추장, 초장을 섞어 아주 맛있게 비벼 먹었다.


잘 먹고 잘자는 것.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지키는 것이다.

기운이 나야 무엇이든 할 용기가,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나는 무얼 할 때 설레는가? 나는 어떤 일에 설레는가? 내 안에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있는가? 피어오르는 무엇이 있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떻게 살다 갈텐가? 질문하다보면, 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달까. 허기가 몰려올 때가 있다. 이럴 땐 먹어도 먹어도 살찌지 않는 느낌이랄까. 툭, 힘빼는 것도 좋고 때론 고도의 몰입감으로 세밀한 질문이 더욱 효과적일 때가 있다.


질문을  때도 제대로  질문이어야 한다. 내게 알맞는 질문이어야한다. 하루 종일 질문을 한다고 해서 어떤  생각이 번뜩이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물리가 트이는 느낌이랄까. 어느 순간 직관적인 , 직감적인  무언가. 설렘.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잔잔한 바다에 사특한 파도가 일지 않게, 감정이 나의 순간순간을, 찰나를 잠식하지 않도록 나는 그렇게 내 순간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어쩌면 내 삶을, 내 인생을 개인적인 것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닌지, 살아보니 인생, 그리 심각할 거 없었다.는 생각이 일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 쉼.이 이제 더는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럴 때도 있는 것이지. 그럴려니 또 그럴만하니 내게 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내게 또 다른 길이 펼쳐질 거란, 내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위한 우주의 선물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이 시간을, 모처럼 주어진 이 쉼의 기회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허투루 허망하게 보낼 것인가. 아니면 성장과 통찰과 도전과 용기의 시간으로 전환할 것인가?


나는 분명 후자일 것임을 안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것이다. 두렵지 않은 것이다. 토닥토닥. 경험하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는, 인식하는, 지각하는 나를 알아차린다.


요즘 부쩍 이런다. "이토록 찰나였던 건가. 지난 모든 것들이 한여름밤의 꿈같아. 진짜 꿈이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여름은 내게 무얼 말하고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