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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Aug 23. 2024

나의 작은 사치

"초아야, 뭐하니? 도서관이니? 시간되면 같이 점심먹게!" 뚜벅이인  언니가 중간에서 픽업했다. 몸이  무거워진 이유로 점심을 건강하게 맛있게 충분하게 먹은  저녁을 먹지 않아야지.하던 차였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이런저이야기를 나누다 언니는, "이왕 쉬는 , 노는 , 제대로 놀아야지. 어설프게 노느니 아주 제대로 즐겁게  쉬어야 하는 거야. 놓아버려. 무슨 일이든 다시 시작하면  이럴 시간이 없잖아! 그러니 마음껏 누려야지." 부르릉.


고작 이주째인데 나는 또 다시 이래도 되나?하는 마음이 폭풍우처럼 일고 있던 터였다. 경험적으로 막상 쉴 때 제대로 마음 편하게 쉬어본 적이 없었으니, 이번엔 분명 다르게 보낼거야.라는 다짐이 있었다. 무언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아주 잠깐이라도 모든 것을 멈추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숨죽이는 편이 더 도움 될 때가 있지 않은가. 설치는 것보다 자중하는 것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유리할 때가 많았다.


어젯밤 공원을 2시간 넘게 걸으면서 새삼 느꼈다. "걸어야 해. 한발자국 한발자국 내딛는 걸음은 날 살게 해. 걸으니 사특한 생각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떠났고 걷고 있는 나, 그리고 걷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는 내가 있었다. 2만보는 넘게 걸어야 걷는 것 같다. 걷는 걸 좋아하는 성미라 이 조차도 행운같고 선물같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걸으면 걸을수록 내가 보이고 삶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고 우주와 나는 하나라고 자연과 나는 하나라는 게 선명해진다.


걸으면 뱃살도 쏘옥 들어가니 내겐 얼마나 유용한 행위인 것인가. 걷는 이유, 생각을 걷기 위함이 첫째고 건강은 덤이다. 오늘 저녁도 어김없이 공원을 쉼없이 걸을 것이다. 나는 걷는 인간이다.


아이스 말차 라떼 한 잔으로 실타래처럼 엉켜진 마음을 풀어본다. 금요일 오후 내게 주는 선물이자 작은 사치다. 마음이 복잡하면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행복해지지 않는다. 불안해진다. 두려움이 밀려온다. 생각이 감정이 되고 감정은 날 수시로 뒤흔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몸을 움직여 주의를 돌리는 것.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면서도 곧잘 알아차리는 것 같으면서도 하루에도 수십번은 마음이 요동칠 때가 있으니 정말 생각은 내가 아니다. 분명하다.


생각은 내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이토록 오래 걸릴 일이었던가. 내 안의 우울과 불안, 무기력감은 생각을 나와 동일시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생각이 나라고 착각하는 순간 모든 탓을 내게로 돌리게 되기 때문인데, 그땐 왜 이토록 이 단순하고 분명하고 선명한 사실을 몰랐을까.


이렇게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깨달아야 했을까. 이 단순한 사실도 직접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체험하지 않으면 경험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깨달아야만 했던 사람이었던 것이고 이 한 문장을 깨닫기 위해 그토록 방황하고 파도에 휩쓸리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글쓰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글쓰기를 통해 나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몰입하며 글을 써내려갈때면 지금 글쓰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일때가 있다. 꼭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선명할 때가 있는데, 그는 누구인가. 글쓰는 사람이 나인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 내면 세계의 확장인가 싶을 만큼 질문이 깊어질 때가 있다.


여름 끝자락에서 정말이지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지금을 살고 있는가? 이 순간을 누리고 있는가? 오랜만에 마시는 말차라떼 한모금이 내게 위로가 되어준다. 오늘따라 유독 달달하고 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내 마음이 달달해서겠지. 미소짓고 만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하면 설레는 것들을 찾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글쓰기와 책읽기를 생각하면 그러한데, 글쓰기와 독서할 때 지치지 않는다. 힘들지 않다. 지쳐본적이 없다. 시간제약 없이 어느때곤 하고 싶어진다. 그저 마냥 즐겁다.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하기 전에도 설레고 하고 난 뒤엔 감동이 있다. 꾸준하게 하고 있다는 거다.  


좋아하는 일도 일이 되면 감수해야할 것들이 많아지겠지.싶지만 이 또한 필연이다. 중요한 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갖는 안정감보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갖는 성장이 지속가능하다는 점에서 완전하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있다. 정작 그러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지만, 이제부터 그러지 않으면 된다. 글쓸때 보면 참, 나란 사람이다.싶은게, 순전히 나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 투성이다^^ 어쩜 이토록 명징한 나 자신에게 쓰는 편지.가 되어버리는지.


영롱한 그린그린한 말차 라떼를 바라본다. 넌 어쩜 이토록 색이 예쁘니? 아름답니? 말차 라떼는 분명 말이 없는데, "초아야, 이거 먹고 힘내! 퐈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나는 이토록 똘끼. 좋게 말하면 상상력 풍부한 사람이라니. 어떨 땐 나를 비롯한 모든 현상은, 모든 사물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으니, 내게 말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결국 감정도 하나인데ㅡ 인사이드아웃2에 생각이를 등장시켜야 한다, 추가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으니. 사실 생각이가 전부다. 생각이가 감정을 만든다. 불안이, 슬픔이, 기쁨이, 부럽이, 까칠이 모두 실은 하나다. 그러니내겐 생각이 하나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직접적인 방식이고 전달이지 않을까.했다. 그러고보면 난 참 엉뚱하지만 재밌는 사람인 것 같다.


아무렴 어떤가.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정말이지 그래서다.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 이해 못할 건 없고 아무렴 어떤가.라고 생각하면 예민할 것도 집착할 것도 없게 된다. 마법의 단어다.


내 글엔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게 가득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러면서도 나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가?이렇게 진지하게 물을 때가 있다. 확실한 건, 내 글쓰기엔 그 어떤 화려한 기교도 없고 투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 글쓰기는 나의 내면세계 그리고 여전히 알쏭달쏭한 삶 그리고 사람, 세상에 대한 탐구의 반영이라는 점이다.


나의 글쓰기는 죽을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을 테니까. 성장해 나갈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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