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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Aug 27. 2024

요리하는 집순이의 마음   

본래 시켜먹던 잡곡쌀이 품절이라 미뤘는데 입고 알림도 울리지 않는 걸 보니 다른 걸 구매해보았다. 도착하는대로 미리 물에 불려놓고 병아리콩도 넣어 맛있는 솥밥해야지. 밥할 땐 꼭 솥밥이다. 솥밥의 즐거움과 기쁨이 있다. 어떨 땐 한 솥에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 혹은 있는 재료들을 넣어 새로운 솥밥을 즐기는데, 돌솥비빕밥은 아니나 꼭 그런 모양새가 된다. 따뜻하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알맞게 따뜻한 온도의 음식을 선호한다.   


단호박도 주문했고 수미 감자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구매하면 되겠다. 이미 내 머릿속은 내일 점심 뭐먹지. 점심 메뉴로 가득하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거늘,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거늘, 이런 방식으로도 현재를 살지 않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머물지 않는 나를 알아차린다.  


집밥 할 때 즐겨사는 식재료는, 순전히 내 취향의 것들인데 두부, 단호박, 오이, 토마토, 감자, 당근, 청양고추, 닭고기, 돼지고기, 양배추, 적양배추, 비트등이다. 단호박은 정말이지 빠지지 않는다. 애플 비니거, 향신료로 맛을 낸다. 집밥의 장점은 탁월하다. 무엇보다 그때그때 직접 요리해 먹는 다는 점에서 건강하고 경제적이다. 집에선 한 끼 정도 먹는다고 감안하면, 5만원으로도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들을 산다. 5-7일 정도면 다 먹는다.


집으로 가는 길에 로컬푸드 직매장에 들러 장볼 생각에 설렌다. 설렘이 별 건가. 이런 것도 내겐 설렘이다. 오이가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것 같고 비트가 날 부르는 것 같은, 마치 모든 식재료들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재미난 상상을 한다. 실제 신선한 식재료들은 살아있다. 숨쉬고 있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직접 하는 요리에 내 태도를 담는다. 직접 요리하면 좋은 점은 어느 순간 몰입이 된다는 건데, 분명한 한 움직임 명상이다. 움직임 명상에 익숙하고 선호하는 내게, 요리는 글쓰기처럼, 독서처럼 꼭 그런 것이다. 


올리브오일과 다른 향신료나 재료를 조합해 매 끼니마다 드레싱을 직접 만들어 먹는데, 창의적이게 된다. 전혀 색다른 맛에, 이그저틱할 때면 꺄악. 요리하는 사람은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일거란 생각이 든다. 내 레시피는 즉흥적이라서 엄청난 기교는 없을지라도 건강하고 맛있고 색다르다는 것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날 꼭 닮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란 사람의 드러남 혹은 표현이기도 하다. 


집순이다. 갈수록 사람들과의 잦은 만남보다 혼자만의 시간이, 고독이 편해졌다. 정말이지 외로움을 느낀지 꽤 되었는데, 사실이 그러하다. 내 안에 집중하면서부터, 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나를 존중하게 되면서 분명한 집순이가 되었다. 


이러다가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깨발랄해진다. 활발한 집순이도 나고 밖에서의 발랄한 나도 결국 하나다. 외식하는 일이 없다. 배달앱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면 다들 화들짝 놀라는데, 직접 해먹는 건 순전히 날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순위다. 가족들과 식사하거나 약속 있을 때 외식하는 것이 전부다. 


커피는 마셔야 해서, 생각해보면 카페 라떼.맛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오래 전 스페인 여행에서 눈 뜬, 카페 콘 레체.를 좋아한다. 카페에 가도 카페라떼 아니면 말차라떼다. 취향이 확실하면 선택이 쉬워진다. 


정해진 레시피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음식할 때 계량에 취약한 편이라, 관심없는 편이라, 즉흥적인 편이라 휘뚜루마뚜루 내 마음대로인데, 이토록 즉흥적일 수가 없다. 모양이 예쁘고 맛만 좋으면 오케이!.하는 성미가 집밥에서도 빛을 발한다. 


오잉?.하는 맛이 내겐 이토록 맛있을 수가 없는데. 내 미각은 어떤 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며 아주 맛깔나게 먹는 나를 알아차린다. 

 

집순이는 집밥에 진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혼자 노는게 이토록 재밌어서야. 즐거워서야. 흥미로워서야. 호기심 가득해서야. 웃겨서야. 코믹스러워서야. 환장할 노릇이다. 음식의 조화로움 속에 나를 본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닌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살아 숨쉬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요리를 통해서도 보이지 않는 것 너머 그 무언가를 본다. 있는 그대로 내 앞에 요리를 본다. 맛본다. 알아차린다. 


어느 것 하나 살아 숨쉬지 않는 게 없다는 것. 모든 것은 하나.라는 것.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것. 끌리셰하지만 이토록 진짜인 것이 없다. 본질은 이런 것이다. 클래식, 그리고 클래씨함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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