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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Aug 28. 2024

무너지지 않는 법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내가 하는 최초의 일은, 거울보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거울 속 비치는 내 눈, 눈동자의 안녕, 상태, 맑음이다. 메이크업도 벌써 마쳤다. 피부톤은 한듯 안한듯 마스카라와 밑 아이라인은 나름 세심하게 한다. 구르프를 푸니 풍성한 볼륨이 산다.


언제든 나는 미리 준비하고 한 시간 정도 여유를 갖는 편이다. 그 시간에 글도 쓸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집 밖을 나서기 전, 내 나름의 비장한 평온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래야지만이 어떤 일에도 무너지지 않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오늘 아침 어쩐 일인지, 이소라의 Track9 듣고 싶어졌다. 치열하게 방황하던 시절,  노래 가사는 내게  힘이 되었다. 오랜만에 다시 들으니 그때의 내가 스쳐지나간다. 그저 많은 것이 감사하기만 하다.


지난 주말, 언니와 많은 대화를 했다. 언니네서 저녁먹고 가는 나를 엘레베이터앞까지 배웅해주다 언니는 나와 그자리에 서서 1시간이 넘게 이야기하고 들어갔다.


언니는 직감이 뛰어나다. 촉이 좋다. 예리하다. 언니와 이야기하다보면 내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언니와의 대화는 유익하다. 팩폭을 우다다다 맞아서기도 한데-


내가 보지 못하는, 놓치는 부분을 예리하게 지적할 때면, 내 안을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가족이라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다.


한 살 터울인 언니와는 친구처럼 자랐는데, 서른 중반이 넘어서부터는 서로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하는 모습들을 자주 마주한다.


언니와의 대화가 유익한 이유는,

가십이 없다. 지금 현재 우리의 삶 이야기, 현실 이야기, 인성 이야기, 태도에 대한 이야기, 삶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 대화의 끝엔, 그 방향이 늘 내 안을 가리키고 있다.

소스라칠만큼 나의 못난 모습까지 명징하게 마주하게 된다.


엘레베이터 앞에서 언니는,  

"초아야, 최근에 스트레스 받은 일이 하나 있었어.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스트레스라 내 마음이 괴롭더라고.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도 잘 안됐어.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내가 꽤 오랜시간동안 걱정없이

잘 살아왔던 거구나. 그러면서 지금 내게 일어난 이 스트레스가 이 감정이 이 일이 내게 어떤 깨달음을 주기

위함이었구나. 결국엔 내 안의 문제였던거야."


"초아야,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만 일어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법도 연습해야 돼. 언니는 초아 네가 너무 쉽게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 스스로를 외롭지 않게 했으면 좋겠어. 훅 마음을 가라앉히고 네 안을 자세히 들여다봐봐."


스무살의 나.에 비하면

서른 초반의 나.에  비하면 지금은 단단해졌다. 무뎌졌다. 무심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마음이 무너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좀 더 단단해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너지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 무너질 수 있다. 그래도 곧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점이다. 많은 경험을 통해 연마되었다는 설명이 맞겠다.


나약하지만 그 나약함마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용기.가 내겐 필요했던 것이다.


당연한 고독속 나는 씩씩하게 살아간다. 씩씩하다.라는 말이 주는 그 생기와 활력이 좋다.


어릴적부터 엄마가 늘 해주던 말이자,

자주 보내던 카톡 메시지기도 하다.  

"사랑하는 딸, 양초! 씩씩하게 살아. 초아는 잘 될거야!(하트)"


사랑.이 전부다.

무너지지 않는 법은 사랑.이었다.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으로부터 사랑받는 것.

사랑.이 있다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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