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사색 9

by Aarushi

#소용없는 아쉬움인 줄 알면서도

진짜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돌이켜보면 스무살의 나는. 겉보기에. 누구나 다 알만한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잘 사는 일 혹은 꽤 괜찮은 편.이라는 생각을 했다.


"진짜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스무살에 했더라면, 그런 나였더라면 어땠을까. 좀 더 일찍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좀 더 일찍 이 세상이 아름다워보이지 않았을까. 가끔은 아쉬울 때가 있다. 이미 지나간 것들에 대한 소용없는 아쉬움인 걸 알면서도.


#서른 오춘기라도 있는 걸까.

열 손가락 펼친 윗 손마디의 주름이 요즘 더 자글자글해보이는 건 왜 일까. 기분 탓인가. 곧잘 내 손을 자주 들여다봤던 터라, 서른 살, 서른 두살이던 때와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손씻고 물기를 닦아낸 직후라 더 그런걸까. 이럴땐 달리 방도가 없다. 서둘러 핸드크림을 듬뿍 발라주는 일 밖에. 한편으론 그 자글자글함 사이로 굉장한 성숙함도 동시에 느껴진다.


무튼 서른 다섯 이후론 많은 것이 달라졌음이 확실하다. 서른 오춘기.란게 있는 걸까.


#제대로 생각하기

제대로 생각한다는 건, 곰곰히 그 안을 직관하고 꿰뚫어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 할 땐, 제대로 해야 된다.


#책읽기의 마음

책도 제대로 읽는 게 중요하다. 책에서 쌓은 경험을 내 일상 내 삶에 비춰 내게 이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일. 책을 그대로 흡수하는 게 아니라, 비판적 사고라는 과정을 거쳐 내 것으로 정제하는 일이 필요하다. 나만의 통찰을 켭켭이 쌓아 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고전이 더욱 와닿는 이유다.


#눈 내리는 어느 날의 기억

눈 소식을 들으니 불현듯 광화문 직장인 시절 생각이 났다. 통창인 사무실에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날, 자리에서 일어나 창 가까이로 다가가 광화문 시내 전경을 내려다 보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났다.


시간, 세월 참 쏜살같다.는 생각과 그러고보면 그때도 참 좋았다.는 생각까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얀 눈송이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내게 아이같은 맑음과 순수와 동화를 가져다준다.


#이런 날도

페코짱 펜을 샀다. 집에 와서 보니, 빨간펜 누르는 부분이 불량이었다. 순간 "앗, 불량이네!" 어쩔 수 없으면서도, 이윽고 그래, 어쩌다 선택한 불량품이, 불량품이 나한테 안 오란 법은 없지..."했다. 그러다 문득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나한테 늘 좋은 일만 일어나길 바라는 건, 그럴거라는 건 아닐말이지 싶었다.


#가을 바람

명징하게 가을바람이 느껴졌다. 여름의 그것과는 분명 다른 결의 바람이었다. 쏜살같은 시간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시간을 타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를 깎다가

사과를 깎다 엄지손가락 윗부분을 살짝 베었다. 옴푹 파인 것이 살갗이 살포시 너덜너덜하게 간신히 붙어 있다. 지열하고 페코짱 밴드를 붙였다. 언제 베었냐는 듯. 언제 따끔했냐는 듯. 귀염귀염한 페코짱 밴드 하나에 무덤덤해졌다. 방심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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