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아래서
스산한 계절이면 지나간 진한 사랑의 조각이 물결위에 떠오른다.
순간을 함께 했던 연인과 장소, 바람의 기억, 공기, 향기, 낮과 밤, 눈빛과 말들...
불현듯 떠오른 지나간 사랑은 향기가 되어 가라앉았다.
아름다움이 되어 내 무릎에 앉았다.
이젠 진한 치즈 케이크처럼 농후한 기억의 조각이 된, 어느 날의 향기들.... 사랑의 파편들...
을씨년스러운 날씨 덕분에 어느 계절, 어느 날 떠난 세르비아 여행이 떠올랐다.
전 유고슬라비아였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신문 스크랩으로 나는 코소보 전쟁 기사를 오려 붙였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이름.
한참이 지난 뒤 그것도 즉흥적으로 떠나게 된 세르비아 여행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공항에서 나와 공기를 쐬자마자 직감할 수 있었다.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될 거란 걸.
내가 사는 도시와 이 도시의 공기와 바람은 무엇이 다른 걸까?
스산한데 결코 차갑지 않은 이 분위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왜 도시마다 태양의 촉감이 다른걸까?
서울의 햇살과
파리의 햇살과
빈의 햇살과
바르셀로나의 햇살과
이곳 베오그라드의 햇살... 은 어쩜 이토록 각기 다른 속살을 내비치는 걸까?
어쩜 이토록 다른 향기를 내뿜는 걸까?
유독 오스트리아 빈 그리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분명 다같은 공기가 아니었다. 다같은 바람이 아니었다.
나와 기운이 잘 맞았던 걸까?
짙은 회색 잿빛같은 건물들과 대조적으로 내게 베오그라드는 가장 시적이면서도 지적인 도시였다.
사랑하는 연인과 손을 맞잡고 다뉴브강과 사바강이 만나는 지점 위 칼레메그단 성벽에서 바라본 물결은 다이아몬드처럼 화려하게 빛났다.
그는 내 손을 꽉 잡았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은 이 풍경 앞에 그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사랑하고 있음을 우린 침묵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영원히 사랑할 것처럼.
지난 불안과 두려움과 우울과 상처라는 지독한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것 같았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이 순간을 마주하기 위해 이곳에 당도한 듯한.
모든 순간이 절로 펼쳐지고 있다는 걸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해질녘 바라본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열망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살아있다는 것.
사랑하고 있다는 것.
세상은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
그것은 진한 사랑의 노래였고 진한 생명력 자체였다.
내 자신이 마주했던 지난 슬픔은 다뉴브강과 사바강으로 흘러들어갔다.
내게서 흐르는 눈물은 더는 이전과 같은 슬픔이 아니었다.
사랑이었고 환희였고 설렘이었고 아름다움이었고 행복감이었다.
황홀경이었다.
#넉넉한 마음
나를 지켜야 할 일은 살면서
일상에서 하루에서 무수히 많다.
하루하루 묵묵히 자기 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사람은 내게 또 이런 방식으로 교훈을 주고 떠난다.
아직 마흔이 되려면
몇 해 남았는데도
나는 몇 년 전부터
왜 그리도 나이나이.하는지.
나이 들수록.
나이 들어가며.라는 말을
글에서도 심심찮게 한다.
절로 나오는 말이니.
이마저도 그러려니 한다.
넉넉한 마음.이 좋다.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다.
넉넉한 마음을 가진 내가 되었으면 한다.
내어주는 마음이라면,
무조건 넉넉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내게 넉넉한 마음이란
예쁜 마음이다.
조금 손해보면 어떤가.
어릴적부터 엄마는,
"딸~ 어디서든 네가 조금 손해보는 일이 있더라도 그러려니 해.
조금 손해봐도 괜찮아. 좋은 마음을 갖으면 나중엔 결국 다 너에게로 돌아와."
라고 했다.
지금에서야,
이제는 그 말이 무슨 의미었는지 잘 알게 된 나이가 됐다.
그래, 내가 조금 ~하면 어떤가.
예쁜 마음 갖자.
넉넉하게 굴자.라는 생각은
가장 먼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러니 조금 손해보는 것 같은 일도
결국에 보면, 내가 유리했던 것도 있다.
그렇게 해서
내 마음이 넉넉해졌다면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면
결국 내 마음이 승자가 된 것 아닌가.싶다.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조금 밉게 행동하는 사람도
이제는 그러려니.하며
마음쓰지 않는다.
그 에너지를 나에게로 돌려
상대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마음으로 대하는
내 스스로에게 칭찬과 위로의 말을 전한다.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자.
나에게 내린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