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by Aarushi

걷거나 어느 카페에 앉아 있을 때, 하늘을 올려다 볼 때, 자연과 함께 일 때, 특히나 버스 창가에 앉아 창밖을 지긋이 바라볼 때, 실은 꽤 많은 순간들에서 나는 누가보면 꼭. 마치 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그런 표정일 때가 대부분이다. 스스로가 알아차린다. 한숨 대신 묵직한 침묵과 조용한 날숨과 들숨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나의 이런 태도는 인생 조금 알 것 같아.류가 아니라 "나는 모른다." 여전히 모르고 앞으로도 모르겠다.가 확실하다.


굉장히 차분해지고 고요해지고 엄숙해지고 겸손해지게 된다.


문득 소스라치게 번뜩였다. "나의 모양... 모양새. 나란 사람. 내.가 정해져 있는가? 변하는데. 이 모습도 있고 저 모습도 있는데..." 만나는 사람, 상황,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외적 성향이 누구에게나 있다. 몸이 먼저일까. 마음이 먼저일까. 혹은 몸과 마음은 나를 위해 존재할까. 내가 몸과 마음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그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열해보고 조합해보고 비틀어보기도 하고 뭉쳐보기도 하고 해체했다가 다시 맞춰보기도 하는 지적인 사유와 사색이 필요하다.


정체성.이라는 말.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주구장창 들어왔고 어쩌면 세뇌돼 온 각인 돼 온 한 단어다. 부쩍 생각하는 건, 정체성 그게 몬데?싶고 정체성이란 것도 실은 허상이다. 실체가 있는 것일까.하는 것이다. 정체성이 나라는 건 착각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나는 시시각각 변한다. 내 몸과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기 일쑤다. 나란 사람을 이토록 취약하고 변해버리는 것들로 규정하거나 판단해서 오는 것들... 비교, 우울, 열등감, 좌절감, 패배감, 절망감... 들로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한다.


나 그리고 타인을 판단하거나 규정짓는 것. 혹은 너의 정체성이 뭐니? 혹은 그래서 당신의 정체성이 무엇입니까?.하는 류의 질문을 경계하는 편이다. 나는 딱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데다 내 나이, 직업, 집, 차, 사는 곳... 들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체성이란 없는 것과 같다.


이 세상, 이 우주에 나란 사람은 단 한명 뿐 아닌가. 고유한 것엔 실은 애초부터 정체성.이란 것이 없다. 진짜는 말이 없는 것처럼.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것처럼. 고로 나의 모양새란 동그라미도 됐다가 세모도 됐다가 네모도 됐다가 마름모도 됐다가 클로버도 됐다가 별의별 모양이다. 아무렴 어느 모양이건 간에 상관없다. 만나는 상황, 장소,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변신 가능한 것이기도 한데, 그 변화와 변동이 나.가 아니란 걸 분명히 하면, 분명히 알면, 분명히 인식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쉬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나의 모양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없는 것과 같다. 내 안의 고요함이 진짜 나.라는 걸 인식하면 나의 두려움과 불안에서 멀어질 수 있다. 내려놓음이 된다. 가식적일 수 없게 된다. 진짜와 가짜가 구별된다. 가짜에 속지 않게 된다.


어떨 땐, 나의 이 사유와 사색이 정말이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내적 근원에 대한 타는 갈망과 궁금증이 휘몰아칠 때가 있다. 직관적인 앎이겠다.


"마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그래. 혹은 마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이야기를 해..."라는 말을 종종 들을 때가 있는데, 내 진짜 뜻은 "아무것도 모른다."일 것이다. 어느 노포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을 때, 혹은 맥주나 소주 한 잔을 기울 일 때 가게 안팎의 어느 곳을 응시하며 멍.때리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런 바이브가 날 더 차분하게 하고 고요하게 하고 편안하게 한다. 그런 바이브에서 오는 세상에 대한 소회. 감상.이 내겐 이토록 소중한 순간들이 된다.


"인생이 이렇게 찰나네. 꿈같아..."하는 순간들.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바이브를 만끽하는, 내가 보아도 마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보이는 듯한 분위기의 사람을 볼 때면 왠지 모를 동질감이랄까. 인간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나의 모양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여전히 정해져 있지 않다.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을, 내가 소유하는 것들을 진짜 나.라고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카오스이기 십상인 외적인 것들과 생각과 감정과 마음은 내가 아니다. 밖과는 다르게 내 안의 나.는 이토록 고요하니. 이토록 평온하니. 이토록 흔들림 없는 것이니.


삶이 고통일수록 힘겨울수록 절망일수록 지리멸렬한 슬픔과 외로움일수록 더욱 치열하게 나의 내면에 빨려들어가야한다. 그 길 끝엔 분명 자신 만의 해답이 있다. 발견해 꺼내야 한다. 정말이지 잘 살아내보고 싶은 삶에 대한 현현한 의지다.

나라는 모양이 정해져 있다면, 그건 가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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