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by Aarushi

아침 일찍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밀리는 출근 시간대를 피하고 싶어 한 시간 여 일찍 나왔다. 9시가 되려면 20분 정도 남은터라 그 근처 도서관에 들렀다. 따뜻한 공기와 잔잔한 클래식 재즈 선율에 취할 지경이었다. 서가는 꼭 대학교 도서관 같았고 책 읽거나 공부하거나 노트북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은은한 조명 덕에 카페 같았다. 아주 마음에 쏙 든 것.


조명이 놓여져 있는 책상 위로 가는 도중에 청소 아주머니를 마주했다. 나는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아주머니께서도 방긋 하셨다. 가방을 자리에 올려놓자마자 내게 말을 거셨다. "저기 봤어요? 카카오톡으로 뭐를 하면은 책 뭐시기 줘요. 나도 방금 전에 받았어요. 하나 받아요."


"우와, 정말요? 책일까요?..."

아주머니께선 따라오라고 손짓하시더니 사무실 안에 있던 직원에게 "아까 그거 카카오톡으로 해서 받아가는 거 설명해줘요." 활짝 웃으시며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주셨다.


세상에 다름 아닌 북커버였다.

북커버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카카오톡 채널에 도서관 추가를 하면 받을 수 있는 것이었고 아주머니 덕분에 십초도 안돼서 생각지도 못한 북커버 선물을 받았다. 색깔도 다섯가지라 고를 수 있었는데 분홍할까. 보라할까. 브라운할까. 고민도 잠시. 보라로 골랐다.


이 도서관은 평소 내가 다니는 집 앞 도서관도 아니고 이 아침 이곳에 들릴 계획도 아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 당도하자마자 이곳이 주는 안락함에 매료되었던 걸로도 모자라 북커버.라는 선물까지 받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어쩜 이토록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인지. 의도하지 않아도 절로 펼쳐지는 것인지. 오늘 분명 운수 좋은 날이다.


아주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십분 정도 앉아있다가만 갔을 것이다. 무해한 아주머니의 미소와 말들에 여운이 남는다. 아침 9시가 채 되기도 전, 도서관에 아직 나뿐인건가.하는 순간에 아주머니가 등장했고 우린 그렇게 서로 완전 무해하다는 듯. 활짝 미소 지었고 처음 보았지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그것은 마치. 좋은 아침이에요.와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아주머니도 내가 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셨을 가능성이 크다.


생각지도 못하게 뜻밖의 순간에 받게 된 북커버 하나로 나의 순간이 이토록 말랑해진다. 말랑말랑하다 못해 녹아내릴 지경이다. 이런 마음이니 오전 9시가 땡.되자마자 처리한 일들도 무척이나 수월했다. 아마 방금 전의 기분좋음으로 수월하게 느껴진 것이었겠다.


그렇게 오전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계획했던 일들 몇 가지를 처리했고 미뤄둔 여권 재발급만 남았다.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된 지 몇 개월 되었는데, 무튼 다 처리해놓고 다시 매 순간을, 일상을, 하루를, 내 삶을 정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침부터 낯선 동네로 넘어와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곤 북커버 선물까지 받았다. 마침 읽고 싶었던 책도 있었다. 데이비드 이글먼의 <LIVEWIRED>를 빌리고선 도서관을, 그리고 이 낯선 동네를 빠져 나왔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듯한 기분은 무어람. 나의 동네, 나의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토록 가벼울수가. 이토록 안정적일 수가. 이토록 평온할수가.


갈수록 친절함에 대하여 수시로 상기하게 된다.

친절함이 강한 것이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이다.

상냥한 것이 강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해하다.

그 무해함이란 실은,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실은 하나다.

서로 연결되어 있음은 이 세상의, 이 우주의 작동원리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고 있음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면, 무엇이 미울까. 무엇이 억울할까. 무엇이 서운할까. 무엇이 싫을까.


나와 너이고 너는 나다.

나와 너는 같다.

나에게 친절하면 타인에게도 친절하고

나를 사랑하면 타인도 사랑할 줄 아는 것이다.


별 거 아닌 것에도 때론 엄청난 사색과 사유가 이는 걸 보면,

새삼 놀랍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내 마음이 밝았으니, 내 마음의 여유로움이 외적 환환 미소의 현현함으로 인사하게 했고 아주머니의 맑음도 나와 동시에 마주하게 했다. 우리는 그렇게 미소로, 눈빛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하지 않았을까.


희한하리만치,

친절하면, 상냥하면,

내가 베푼 작은 친절이란, 꼭 배가 되어 내게 돌아온다.

선물이 되어 돌아온다.

내가 친절한 것도 실은 다 나를 위해서다.

친절하면 내 마음이 벅차 오르기 때문이다. 내 안이 사랑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가득해지기 때문이다.


몸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면서 내 몸과 마음에 전적으로 유익해진다.


타인을 위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이란 걸.

새삼 이런 방식으로 세상은, 이 우주는 수시로 내게 깨닫게 한다. 알게 한다.

감사함. 사랑. 친절함.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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