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즐거울까를 고민하는 사람

by Aarushi

어젯밤 10시쯤이었을까.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는, 분명 그 언저리엔 잠이 들었겠다. 눈떠보니 아침 9시 27분. 어떤 꿈도 꾸지 않고 어떤 미동도 없던 정말이지 숙면이었다. 이토록 잘 자고 나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 어쩔 줄 몰라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 아침 그리고 점심을 배불리 먹고 저녁 6시가 넘어서는 무얼 먹지 않는데 어젠 집에 돌아오자마자 마늘 가득 들어간 알리오올리오에 양배추 볶음을 가득 넣은 롤에 저녁을 먹었다. 이토록 가끔 틀어져도 이젠 뭐 괜찮다. 배가 고픈데 어뜩하나.하는 것과 "오늘은 먹고 싶어. 그러고 싶어."하는 것들... 무엇보다 고탄수화물을 먹고 자면 분명 다음날 부대끼거나 부을 걸 안다. 혈당 스파이크에 치명적이란 것도. 알면서도 이런날은 하는 수 없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나 쌍커풀은 두 배로 커져 있었고 속이 부대끼는 것이 마치 숙취가 꼭 필요한 것 같은. 칼칼하고 매운 국물이 생각났다.
"이 아침 국밥 한 그릇? 갈까? 예쓰"

그렇게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버스에 올랐다.


주말 오전 10시쯤 버스는 대부분 이토록 한산한 것이 내 마음에 쏙이다.

창밖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 이토록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을거야. 우울해하지 않을 거고 부정적인 생각들 너희들이 들어올 자리는 없을 것이야. 나는 이 순간들을 만끽할거고 즐겁게 보낼거고 행복할거야..."


영업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10시부터 시작이다. 열시 이십분쯤 도착했는데 안은 벌써 만석이다. 관광객들도 보이고 나와같이 혼자 먹으러 온 사람들도 보인다.

딱 한자리가 남아 구석진 1인 좌석에 앉았다.


시장 안 노포 혹은 국밥집 바이브를 사랑하는 나는, 이곳에 앉아 있으면 생.을 느낀달까. 살아있음. 그리고 생명력. 비비드함. 거친 무언가를 느낄 때가 대부분이다.


내가 앉은 방향으로 작업복을 입은 한 아저씨가 등지고 앉으셨다. 들어오자마자 "국밥 하나 먹고 갈라고." 사장님 왈, "일할라믄 든든하게 먹어야 힘이나지. 하루를 또 살지."하신다. 단골이신 모양이다.


새로와 소주잔을 직접 가지고 오시더니 국밥이 나오기 전 보리밥 비빔밥으로 소주 한 잔을 들이키신다. 삶의 고단함과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삼키시는 듯했다.


내 아버지 생각이 났다. 여느 보통의 아버지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자칭 타칭 술꾼이신데, "아빠는 술이 맜있어?"라고 묻곤 했다. 애주가인데다 특히나 소주, 막걸리는 한평생 아빠에겐 그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되었을 거란 걸 마흔 가까이가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안주로는 수육을 가장 좋아하신다. 이 아침 국밥 한그릇을 먹가 아버지가 떠올린 것도 우연은 아니었겠지.


추운 겨울이면, 맹추위와는 대조적으로 국밥집 안은 따뜻한 온기로 김이 서리고 창가도 뿌옇게 김이 서려 밖은 미지의 영역처럼 보인다. 그 바이브에 취할 때면, 나는 살아갈 용기랄까. 다시 일어설 용기랄까. 그런 마음을 꺼내게 된다.


숙면을 취한 덕분도 있고 오늘 아침은 웬일인지 어떤 이유에선지 집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점심보다 조금 이른 시간대 국밥집에서 칼칼하고 맵고 시원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들고선 내내 걷고 싶었다. 맹렬한 추위를 일부러 맞고 싶었다. 걷다보면 그리 추워지지 않는 것도 있고 때론 그 차가운 바람이 내 숨결을 지치지 않도록 안정화시키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집에서 차로 빠르면 10분이면 닿는 동네인데 관광객들이 많은 동네이기도 해서 주말 아침 일찍부터 북적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차분함과 고요와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고자 했던 치밀한 나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나 자신이 너무 고독 속으로 하는 것은 아닌가.싶다가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 나의 고독에 대하여. 아직은 괜찮아.하곤 하는데,


무얼하든 혼자고

어느 곳에서든 혼자인 것이 외로움은 아니니까.


내 소중한 하루.

나를 방치했다가 방관했다가 갑작스런 우울감과 절망과 무기력함으로 흘려보내느니

때론 미친 사람처럼 막춤도 췄다가 노래도 불렀다가 걷다가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 한 접시, 한 그릇 사먹고 커피 마시고 창밖 풍경을 바라고 내리 걷다가 음악도 들었다가...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 즐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어느 이유에서건 유익하다.


어느 날은 이토록 수수한 모습이었다가

어느 날은 있는 힘껏 최대한 멋을 부려보면 또 그것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내가 곧잘 하는 것이기도 한데,


국밥집을 갈 것인데 나는 한창 멋을 부렸다.

브이 라인으로 하얀 레이스 프릴이 풍성하게 달린 검정 벨벳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었다.

메이크업은 옅은 스모키로 분명 평소같지 않은 내 모습이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흡사 치타의 형상 같았지만 매력있었다.


운동화는 엊그제 깨끗하게 빨아놓아 말린 흰색 에어맥스를 신었고 올 봄 서촌에서 산 보헤미안스러운 천가방 하나를 들었다. 연보라 스탠리 텀블러 하나를 끼고 집을 나섰다.


완벽한 하루란 없다.

완전함도 완벽함도 없으니 불완전함도 없다.


내 마음이 충만하면 되는 것이다.

내 마음이 편안하면 되는 것이다.

내 자신이 즐거우면 되는 것이다.

내 자신이 예뻐보이면 되는 것이다.

내 자신이 행복한 순간이라 느끼면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난데,

Just feel it!.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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