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가벼워야 살 맛이 난다. 몸이 가뿐하고 속이, 장이 편안하면 기분도 편안하고 생의 의지가 오른다. 몸의 움직임과 장 건강에 신경쓰는 것.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스릴 수 있는 즉각적인 방법이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하여ㅡ embrace하는 일.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인간 관계는 좁아지고 나는 자꾸만 혼자있고 싶고 혼자가 편안하고 혼자가 즐겁다. 나이 들어가며 지향하는 건 인간관계의 확장이 아닌 축소인데 만나는 친구가 줄어도 내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것, 불필요한 에너지와 감정소모가 줄면서 내 안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 있다.
아무렴.싶고 생각보다 타인은 내게 관심이 하나 없다는 것. 나 또한 관심이 없다는 것. 이십대까지만 해도 친구들과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하고 좋아하던 때도 있었으나ㅡ 그것도 그때 뿐이었음을. 이 또한 다 한때임을 나는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서른 초반 즈음부터 지금까지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해왔고 이젠 이 시간이 소중하고 익숙하고 편안하게 되었다. 어쩌다가라도 친한 사람들과 약속이라도 하면 그 때만큼은 신나고 즐겁게 그러나 차분하게 침착하게 그렇게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다 온다.
나의 스물은, 이십대는 참 적극적이고 밝고 명량한 소녀였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본래 내향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걸. 혼자만의 시간이 좋고 사색하기 좋아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데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걸. 나의 성격이든 성향이든 그게 무엇이 됐든 그 모든 걸 받아들이는데도 익숙해졌다. 장점과 단점을 구분하지 않고 장점과 단점도 실은 하나라는 걸. 그 어느 것도 잘못된 것이 없음을. 옳고 그름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 어떤 것도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과 그 어떤 것도 날 파괴할 수 없다는 내적동기가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여러명이 만나는 시끌벅적한 관계보다는 한 명을 만나 차분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즐긴다. 화창하고 봄바람이 살랑이는 날씨에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일. 내겐 이만한 낭만이 없다. 혼자 카페에 앉아 글 한 편 쓰거나, 책을 읽거나, 먼 산 혹은 저 멀리 뷰.를 바라보다 사색에 잠기는 모먼트에 대한 애정이 있다. 혼자서도 이토록 잘 노는 나, 고독은 필연이구나 싶다.
고독하면 반 고흐가 떠오르는 것도 오래 전 8월의 어느 여름날, 혼자 오베르 쉬오아즈로 떠났다. 고흐가 걸었을 밀밭을 뙤약볕에 걸으면서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세상은 참 아름답구나. 내가 사는 세상은 이토록 평온한 것이구나. 우울도 방황도 슬픔도 불안도 두려움도 그 어떤 것도 날 파괴할 수 없는 것이구나.를 느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앞에서 owe의 순간들을 마주하면 정말이지 빛.만 남는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워 보이는 마법을 경험한다. 살아가야할 힘이 절로 솟는다. 고흐는 얼마나 고독했을까? 그의 그림보다도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그의 고독을 공감하고 그가 자기 생의 철학자였음을 시인이었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내가 이토록 고흐를 좋아하는 것일까.싶다. 어쩌면 그의 그 고독한 삶을 나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사랑이 화두가 된 지 꽤 되지 않았나. 진짜 자기 사랑이 무엇일지. 우리는 정말이지 알아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질문해야 하고 때론 처절하게 고독해 봐야 한다는 것도. 그 고독이란 외로움이 아닌 내면의 확장의 시간, 내 안의 나와의 만남, 나와의 소통, 직감을 따르는 일,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게 하는 일이란 걸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이유에서건 고독은 필요하다. 한 사람의 깊은 고독 혹은 고뇌, 괴로움, 내적 고통 없이는 이 험난한 세상을 제대로 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제대로 볼 줄 안다는 건 결국 그 어떤 것에도 휩쓸리지 않게 된다는 것과도 같다.
멍.할 때가 있다. 실은 불안과 두려움의 세기가 거세질 때면, 멍.한 순간이 온다. 그것은 마치, 나는 지금 누구인가.싶고 왜 이렇게 멍.하지.싶을 때가 있는데, 알아차린다. 나 지금 또 다시 불안해하는구나. 두려워하는구나. 집착하고 있구나. 몸과 마음이 모두 너덜너덜해질만큼 불안해한다고 해서 우울해한다고 해서 상황은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렇게 해서 나의 불안과 우울과 두려움이 해소된다면 그래야 하겠지만, 전혀. 상황은 해결되기는 커녕 더 악화된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을 때, 자각하게 되었을 때 오는 현타.는 그 현타감은 비로소 나 자신이 변화할 생각을 하게 한다.
요즘의 나의 불안과 우울과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곧잘 알아차리면서도 또 다시, 이따금 쓸데 없는 부질없는 생각과 감정들에 잠식되곤한다. 정말이지 내가 아닌 생각과 감정은 망상에 가깝다. 생각과 감정이 이토록 허무맹랑한 소설을 써내려가는 것에 소스라칠만큼 놀라울 때가 있다. 이 소설이 말 그대로 허구임을, 가짜임을, 허상임을 알아차리는 것. 그 뿐이다. 알아차리고 나면 날 괴롭히던 온갖 것들이 해소된다. 내려놓아진다. 무언가 훅.하고 가라앉은 듯한 평온과 평안이 찾아온다. 알아차림은 그러려고 하는 것이다.
내 인생이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길 바라지 않는다. 무엇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나이 들어가서는 아니고 정말이지 본래 내 것이라곤 없는데, 나는 무엇을 기대하나?하는 것과 이 세상에 머물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하면 즐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내게 어떤 이유에서건 이롭다는 생각이 있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고 해서 더 많이 원한다고 해서 내 것이 되던가? 나를 인정하고 사는 편이 내 몸과 마음에 전적으로 유리하단 것도. 나이 들어가니 이전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분명 늘 그자리에 있었겠지. 내가 그걸 보는 눈을 갖지 못했겠고 그걸 그냥 지나쳐버린 것이겠다. 그런 혜안과 지혜는 고독 속에 피어난다는 걸 알게 됐다.
나 혼자만의 시간, 처절하게 고독한 시간이 없다면 나 자신에게 질문할 수 없다. 고독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에게로 질문하게 된다. 자기로 향한 질문엔 정답이 없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직감을 따를 것. 내 안의 소리를 들을 것. 어떤 선택이든 잘못된 결정은 없다는 것. 옳은 결정 혹은 나쁜 결정은 없다는 것도.
자기 사랑이 무엇일지. 아주 조금씩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하여ㅡ 아, 인생 정말 찰나구나! 이 몸이 나라고 착각하며 내 이름, 내 직업... 등 이런 것들이 나.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과 고통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자각하고 있는가?
정말이지 살랑이는 따스한 봄바람처럼 그렇게 한 번 살아봐?
고민만 하다 이렇게 모든 게 미뤄질 뿐. 이러나 저러나 크게 달라질 건 없었잖아? 그리 치명적이지 않지 않았나?
그럴거라면 까짓 거 진짜 봄바람처럼 날 내맡기며 살아봐?
그랬을 때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한 번 시험해봐?...
오늘 오후 불현듯 인 소리다.
자기 사랑과 자기 존중은 같은 것이다.
자기 사랑과 자기 용서는 같은 것이다.
자기 사랑과 자기 수용은 같은 것이다.
나는 이제서야 사랑, 존중, 용서, 수용이 무엇일지 알 것 같다.
다 알아요가.아닌 이제서야 아주 조금 알 것 같아요.인데,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걸. 나는 분명 죽는다는 걸. 나는 죽어가고 있다는 걸. 매 순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