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짓 거 하기

by Aarushi

창밖에 내리는 비는 어쩜 이토록 고요할까? 어쩜 이토록 날 살뜰히도 깨어있게 할까? 창밖 너머 어느 처마에 물방울이 부딪혀 나는 소리조차 생명의 소리 그 자체다. 지난 수개월 동안 나는 한참을 방황해야만 했다. 용기와 설렘과 희망이 샘솟았다가 괜한 걱정과 두려움과 불안으로 스러져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뒤뚱뒤뚱하다 눈떠보니 어느새 5월이다. 인생이란 본래 그런 것.을 알겠으면서도 지난 경험으로 알 것 같으면서도 이따금씩 또 이렇게 길을 잃고 만다. 도무지 길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둠, 적막 속에서도 결국 살아진다는 것, 모든 문이 다 닫힌 것 같으면서도 결코 다 닫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 분명 단 하나의 닫히지 않는 문이 있다는 걸 나는 그렇게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좌절 금지.라든지 힘내!.라는 말보단 내가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 긍정적인 말들, 긍정, 감사, 수용, 용서, 사랑, 친절, 존중의 말들이 결국 날 일으킨다. 늘 그렇듯 어두컴컴한 어둠이 내게 찾아오면 나는 내 안으로 침잠해 고요를 만나 나 자신에게 사랑과 존중과 긍정의 말들을 건넨다. 그러고선 곧장 부엌으로 간다. 눈물을 훔침과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듯 결연한 의지로 냉장고를 연다.


갖은 식재료들로 뚝딱 한 끼를 만들어낸다. 요리할 때, 쓰지 않는 재료는 설탕인데,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소금과 향신료로 맛을 내는 편이다. 건강한 한 끼에 익숙해지면, 재료 본연의 천연의 맛.에 길들여지면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음식이라든지 과자나 빵, 디저트류가 전혀 당기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자는 것!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요거트가 먹고 싶을 땐, 원유 99.9%라고 적혀 있는 그릭 요거트를 고른다. 꾸떡한 요거트를 선호하는데 흑미밥이나 잡곡밥과 함께 먹곤 한다. 올리브 오일을 듬뿍 부리고 내 취향의 식재료들을 토핑으로 올려 준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벗삼아 조명 하나 흔들 의자 하나에 노트북을 무릎에 대어 앉았다. 삶과 죽음이 무엇이 다를까? 꼭 무엇이 되어야만 하나? 어디론가 가야할 곳이 정말 있는가? 나는 왜 집착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무엇이 불안한가? 나의 불안과 두려움이란 결국 집착에서 온다는 걸, 그렇게 알아차림을 통해 다시 고요를 찾는다. 평안을 내게 다시 불러들인다.


곧 마흔이고 마흔이라는 숫자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까지 나는 진실로 자기 자신이 되어 살아간 적이 있던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았던 적이 있던가? 시도했던 적이 있던가? 용기내지 못하고 두려움과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결국 현실을 쫓지 않았던가? 나는 분명 죽어가고 있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나는 어쩌자고 내 마음대로 예측하려 하는가?... 내일이란 실체는 없다. 오직 지금 여기. 현재만 있을 뿐. 지금 이 순간을 살자. 그러니 용기내자. 한 번 시작해보자... 나와의 내면소통이 이토록 선명하게 점철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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