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빵가게를 습격하다.를 읽고 난 후부터는 빵가게를 갈 때면, 들어가기 전부터 비장한 각오가 생기는가 하면, 빵가게를 습격하다.의 문장이 번쩍이며 떠오른다. 오늘 아침부터 왜 이리도 빵이 먹고 싶던지. 부엌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빵은 없었다. 미리 사놓을 걸 그랬나. 이럴땐 아쉬움 가득이다.
현재 내 삶의 태도와 소비 패턴상 물건을 대용량으로 구매해 놓거나 하는 일이 없는데, 음식도,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고로 매일 매일 일주일 주기의 나름 계산된 식재료들이 있을 뿐, 계획 없던 빵이 있을리 없었다. 계획적으로 식재료를 사는 일, 생각보다 설레고 꽤 재밌다.
나이로만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 생이 더 많이 남았는데도 나는 요즘 왜 이리도 사는게 별거라니. 사는게 별건가요?라고 혼잣말을 하는지...^^ 그리 심각하게 살 거 없다 혹은 힘 좀 빼고 살아도 돼. 그래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라는 어쩌면 내게 하는 자기주문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난 굵직굵직한 이벤트나 사건보다는 작고 소소한 이벤트에 확실히 약해지는, 쉽게 감동받는 사람이 됐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만족할 줄 알아야 내 행복의 지속성이 잔잔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튼 빵.하나에 이리도 또 할말이 많은 나다. 사 온 빵봉투를 바라보다, 투박한 울퉁불퉁한 모양의 깜빠뉴 겉을 바라보다, "그래, 너도 나와 같구나."했다. 겉은 울퉁불퉁 어떤 곳은 조금 연하게, 어떤 곳은 짙게 어느 부분 하나 같은 색이 없고 같은 모양이 없는 제 멋대로의 투박한 깜빠뉴를 보면서, 나는 그런 너가 참 좋다! 나와 같아서.라고 말해주었다.
화려했던 시절보다, 나름 반짝였던 시절보다, 나는 지금의 수수한 모습의 내가, 어떨땐 촌스러울 만치 나스러운 내 모습이, 외적인 반짝임보다 내 안에서 빛나는 내가, 반짝이는 내가 훨씬 더 만족스럽다. 어떨땐 참 희한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시절보다 지금의 내 마음이 더 평온하다는 게. 무튼 사실이 그러하다.
마음이 어두컴컴했던 시절은 자유.라는 것이 나답다는 것이. 나를 안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해 방황했던 시절이기도 한데, 지금의 나는 자유라는 게 별 다른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의미의 자유가 아니라. 내려놓음, 자기 성장, 개의치 않음, 남과 비교하지 않기, 나를 궁금해 하는 것 등 나를 둘러싼 것들에 초연하리 만치 무심한 의연한 태도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이전의 나보다 마음이 평온하다고 느끼는 건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자유로워진 내.가 내 앞에 우뚝 서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화려하고 세련돼고 반짝이는 사람보다는 수수해도 투박해도 세련돼지 않아도 반짝반짝 빛나지 않아도 자기 만의 개성과 스타일과 취향과 자기만의 삶의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됐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통해 나를 반추하고 삶을 관조하고 삶의 용기와 에너지를 얻는 편이다.
이런 사유의 끝에 난 늘,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것에 울고 웃는 사람이 맞으며 속은 단단하지만 따뜻한 사람이 되자.는 다짐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