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짓듯, 하루를 짓다

작은 일의 위대한 예술

by 빛영

동대문에서 경험한, 하루를 예술로 짓는 시간


(동대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 원단 하나부터 완성된 옷까지 직접 관여하며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나는 디자인부터 시장 조사, 직원 관리, 생산 납품 재고 품질 자재 관리까지 전반적인 일을 맡았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옷에 필요한 자재를 구하러 종합시장을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원단, 단추, 실, 레이스, 돗도, 지퍼...

새로 뜬 패턴을 옷으로 탄생시키기 위해, 그에 맞는 자재를 찾아다니던 시간이었다.

비슷한 샘플은 있었지만, 완전히 같은 옷을 만드는 건 아니었다.

유행의 흐름 속에서 잘 팔릴 만하고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옷을 골라내고,

그 안에서 또 나름의 변형을 더해야 했다. 그대로 따라 하면 '카피'가 되니까.


하나의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고,

분리된 재료들이 모여 하나의 옷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바라보며

'섬세한 예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단을 가져다주면 재단팀은 그것을 재단판 위에 쫙 펼쳐 놓는다.

그 위에 패턴을 올려놓고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옷이 될까."

원단의 결 방향에 맞춰 패턴 조각들을 직각으로, 혹은 사선으로 놓는다.

재단팀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최적의 위치를 찾아낸다.

그 차제로 하나의 창작 행위였다.


하나의 옷이 완성되기까지, 모든 손길은 예술을 향한 정성의 기록이었다.




재단이 끝나면 생산팀으로 넘어간다.

봉제 전문가는 내가 그린 도식화를 보며

옷의 조각들을 하나씩 이어 붙인다.

때로는 맞지 않는 부분을 뜯었다가 다시 박기도 한다.

샘플 하나를 완성하는 데 두세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베테랑 봉제 전문가라도 어려운 디자인을 만나면

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며 완성해 간다.

따로 떨어진 조각들이 모여 입체적인 옷으로 탄생하는 순간,

그건 분명 '입체 예술'이었다.


그 앞에는 봉제 보조 스태프가 있다.

그들은 봉제 전문가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머니를 미리 다려서 접어두거나,

옷의 수량에 맞게 원단 조각이 정확히 들어왔는지 확인한다.

봉제 전문가가 바지 원단을 이어 넘기면,

보조 스태프는 그 시접을 다리미로 눌러 다려 놓는다.

이 모든 과정이 두 사람의 호흡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마감 전문가는 다림질을 통해 옷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소매에 주름이 지면 안 되고,

원단의 특성을 살려 형태를 잡아야 한다.

정장의 품질을 결정짓는 건 어깨와 소매였다.

어깨선과 소매의 접촉면이 자연스럽게 봉긋하고 매끄럽게 떨어지면

그 옷은 '통과'였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옷처럼, 우리의 하루도 그렇게 정성으로 엮여간다.




이렇게 글로 풀어내다 보니,

그때의 공기와 소리, 원단을 다루던 사람들의 손길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행복한 기억이다.


하나의 옷이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에는 창작을 향한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어느 하나 소홀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하루도 그렇다.

지금 하고 있는 일,

그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다.


작은 일이라도 마음을 담으면 그것은 이미 예술이 된다.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하루하루, 작은 행동들이 모여

멋진 '나'라는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으니까.


우리의 모든 순간은 빛나고 아름답다.

우리는 저마다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펼쳐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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