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정서적 분리는 무거움과 희열을 동시에 느끼는 과정이었다
너는 나랑 참 다르구나.
아버지의 이 말이 가슴을 쿵 하고 내리쳤다.
그리고
내면에서 강한 생명력 있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드디어 너를 드러냈구나.'
스스로 용기를 낸 자신이 대견했다.
그건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내 안이 아닌 몸 바깥에서
자신과 만나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본가에 갔다가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느 분야에 대해 대화를 했고 아버지와 나의 의견이 정 반대로 흘러갔다.
울먹이며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아버지께서 'OO 이는 나랑 참 다르네.'라고 하셨다.
여기서 포인트는 울먹이면서도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는 것과
아버지가 당신과 내가 다른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한 것에 있다.
정서적으로 분리되는 순간은 힘들고 무거웠다.
그리고 아팠다.
그리고 내가 당신과 다름을 아버지가 알게 된 데서 오는 희열이 느껴졌다.
모순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희열은 내가 명확해지는, 내가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기쁨이었다.
얕은 호흡을 하며 숨 죽이고 있던 내가 자신과 깊은 호흡을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선명해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단단하고 익숙한 장막을 뚫고 나와야 하는
아주 많은 에너지가 드는 작업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에서 느껴지는 꿈틀대는 힘이 나를 표현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은 갇혀있기 싫어서
아니, 막다른 길에 다다랐기에
살려고 하는 생명의 투쟁이었다.
그건 결국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었다.
더 이상 나를 외면하지 말고 이제는 인정해 줘.
우리 건실한 관계를 새롭게 맺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