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21년도에 공동저서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를 출간하는 과정에서 편집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일을 하면서 맡았던 역할 말고 눈에 보이지 않게 했던 행위는 뭐였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행위요? 음... "
그런 류의 질문을 받은 건 처음이었고, 바로 생각이 나질 않았다.
"사람마다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직업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요. 빛영 님도 생각해 보시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아... 잘 모르겠어요."
내 결론은 모르겠다였고,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을 봐 온 편집자는 내가 '사람', '인간관계'에 대한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스스로 보지 못하던 부분을 상대가 봐주었던 것이다. 타인을 통해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친밀함이 있었다.
그 이후로도 또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며칠간 질문을 품고 지냈다.
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는데 갑자기 답이 떠올랐다.
'아! 있었어. 나는 중간에서 모든 걸 연결했어. 흩어져 있는 것들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것이 탄생하도록 도왔어."
옷 디자인을 위한 시장조사를 하고, 도식화를 그리고, 원단을 고르고, 부자재를 선택하고, 패턴을 맡기고, 재단 과정을 지켜보고, 완성되는 과정을 점검했다. 하나로 고정된 역할은 없어도 모든 것이 합쳐져서 옷이 잘 나오도록 중간에서 여러 분야를 담당했다.
내가 찾아낸 정체성은
"모든 것을 통하게 하는 나, 나를 통해 모든 것이 흐른다."
라는 문장으로 대변되었다.
당시에 혼자 고요히 머물며 찾아낸, 눈에 보이지 않게 했던 행위는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몰라도 '연결자, 창조자'였다.
알게 된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몸이 들썩이며 몇 분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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