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불편한 사람이 돼야만 하겠죠...
사람마다 역할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당신에게
'악역'이라는 역할이 부여될 때
당신은 이런 체념 어린 말을 꺼낼 것이다.
... 그래요.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세요.
'체념'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묵진한 무게를 동반하는지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잖아.' 하며
희생을 선택한 당신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다.
"당신 덕분이에요."
사람들은 겉모습만 본 채,
당신을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다.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
차가운 사람
불편한 사람
이러한 평가에
당신은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모르는 척
애써 무덤덤하게 반응하겠지만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괜찮은 척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세계는 참으로 공평해서
선이 있으면 악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서는
악은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소속되어 있는 부서, 팀 등이
성장하기 위해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면,
당신은 이런 원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그러게, 왜 하필 당신일까.
왜 하필 당신이
모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불공평해 보이지만,
덤덤히 그 이유를 말하자면,
그런 자리는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배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배우를 찾아 '주인공'이라는 역할을
맡긴다.
이처럼, 우리 세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때가 되면,
다음의 성장을 위해
이 일상에 변화를 가지고 올
'악역'을 찾게 된다.
사실 영웅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악역이다.
그 이유는, 악역 없이는 영웅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당신이 그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이유는
당신이 그 누구보다
악역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희생'을 기반으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악역을 맡을 만큼 그렇게 나쁜가...?
아니, 당신이 악역을 맡게 된 이유는
당신이 나빠서가 아니라
과거의 '악역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는 얼마나 많은 악역들이 존재했나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했던
악역들을 통해
너무 힘들었지만, 또 그만큼 단단해졌을 것이다.
아마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뇌리를 스쳐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은
그 당시 느꼈던 '불편함' 감정은
모두 식어
"그래... 그랬지."라는
미지근한 말을 내뱉을 수도 있다.
타인을 향한
불편한 감정의 온도가
내려갔다는 것은
당신이 '그들이 존재해야 했던 이유'를
납득했다는 것일 수 있다.
이건 용서의 개념보다
더욱 복잡하고,
성숙한 사람만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모든 감정을
깨달을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당신은 이미 과거의 아픔을
추억으로 부를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악역을 맡는 것은 사명인 건가...?
당신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악역은 강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절대 당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니 역할을 수행'하라고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악역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혼자'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
커진 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느 날 갑자기
무리에게 외면당하거나
인간관계가 멀어지는 경험을 하며
가슴에 알 수 없는 통증을 동반하게 될 수도 있다.
'나의 감정'을 타인에게 말할 수 없어서
홀로 아파해야 할 때
당신은 이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서로운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너무 아파,
더 이상 '악역'이라는 자리가
고통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다면
언제든 그 역할을 내려놓아도 된다.
당신의 상처와 외로움은
'변화'를 가지고 오는 원동력이 될 것이지만
당신이 그 모든 것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당신이 이런 말을 하게 될 까봐 무섭다.
괜찮습니다.
감정 없는 기계처럼,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다.라고 말하게 될 때,
당신은 쉽게 당신의 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이는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버거운 상황이
당신에게 '감정 인식 오류'를
경험하게 한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괜찮아"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괜찮아요?
안 괜찮아도 괜찮다.
그리고 어쩌면,
안 괜찮은 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당연히'라는 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성립되지 않는다.
"당연히 괜찮아야지."
"당연히 이겨내야지."
이 말들은 강인한 것이 아니라
'무리'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여
어떤 역할을 맡은 당신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먼저 봐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pilogue.
악역은 '힘들어도' '슬퍼도' 나의 진심을 외부에 들어낼 수 없어요. 그저 혼자 묵묵히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인내의 위치인 것이죠. 그런데, 우리 '성장'이 아무리 중요해도, '나'보다 중요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악역을 맡은 사람이라면, 그 역할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겠지만,
당신 스스로를 망가트리면서까지 책임을 부여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각 시기와 때마다, 악역의 밀도는 달라지겠지만, 모두가 같은 밀도로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