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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와 찰리 May 06. 2020

[타미의 기력회복] 면허의 자격

2016년 6월, 운전면허를 샀다(?)

글 | 타미


2016년 초, 곧 운전면허 시험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됐다. 어려워지기 전에 얼른 따야 한다는 부모님의 권유로 여름방학 때 본가에 내려가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합격은 했지만 면허증을 따고 한 번도 운전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장롱면허로 지낸 지 3년이 넘어간 작년 11월, 아빠가 차를 바꾼다고 했다. 바꾸면서 원래 쓰던 차를 처분하지 않고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는 우리 남매에게 준다고 했다. 모두 장롱면허였으나 어쨌든 면허가 있으니 누구든 연수를 받아서 끌어보라는 거였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막내 동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차를 좋아했고 장래희망이 자동차였을 정도로(?) 차에 관심이 많던 동생은 바로 엄마한테 차근차근 연수를 받았고, 아빠가 준 차에 누나 둘을 태우고 이곳저곳을 열심히 누볐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니와 나는 그 당시 운전에 대해 아예 몰랐고, 따라서 초보운전자의 차에 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동생을 믿고 아무 걱정 없이 그 차를 탈 수 있었다. 덕분에 동생의 운전 실력은 점점 일취월장했다.

나도 엄마한테 연수를 받긴 했지만 동생에 비해 훨씬 불안했다. 엄마 차는 경차였고 내가 몰 차는 suv였다. 연수받은 곳은 지방이었고 내가 차를 몰고 다닐 곳은 사람도 차도 많은 서울이었다. 궁극적으로 나는 남들에게 피해 주는 게 끔찍하게 싫은 사람이었다.

서울에서도 동생의 도움을 받아 운전 연습을 조금씩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시내는 무서웠다. 초보운전을 붙이고 있어도 뒤에서는 빵빵거리고, 눈치를 보며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내 차와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정말이지 운전은 내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동생은 3월 초 입대를 했고 동생의 입대와 함께 우리 차는 한 달이 넘도록 주차장에 고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차를 너무 오래 세워두면 배터리가 나갈 수도 있다고 가끔 시동이라도 한 번씩 켜주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차피 차를 움직이든 안 움직이든 기본적으로 나가는 요금이 있으니 돈은 돈대로 나갈 거고,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해 차의 시동을 켜서 10분 정도 차에 가만히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건 좀 많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게 움직이는 내 차가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그래서 다른 차들이 내 탓을 하는 것 같아 무서워서 운전을 못 했지만 그렇다고 운전을 평생 안 할 생각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다시 운전대를 잡아봤다. 백수는 뭐든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많고, 코로나 19로 바깥에 자유롭게 나갈 수 없고, 밖에 나가는 그나마 안전한 방법은 자차를 모는 거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오랜만에 운전을 해보니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기고 전보다 한층 여유로워진 느낌이었다. 뒤에서 빵빵거려도 나는 차 뒤에 내가 초보라고 친절하게 붙여놨고, 초보가 아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사진 출처 : Google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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