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말 대사전(1)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느낌

by 진정성의 숲


"내 말 듣고 있어?"


아내가 나를 뚫어지게 보며 말한다.


순간,

숟가락을 놓고 나의 뇌를 풀가동한다.


하지만

방금까지 아내가 말했던 것은

나에게는 언어라기보다는 소리에 가까웠다.


그 희미한 소리의 흔적을 찾으려 해도 역부족이다.


'아놔... 기억이 안 난다'

'큰일 났다... 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다...'


"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


2차 공격이다.


이건 자신의 질문에 답을 예상하는 정도를 넘어

확신에 찼을 때 쓰는 공격이다.


순간 홀로 세렝게티 초원에 남겨진 느낌이 들었다.

어디로든 도망갈 수 없는...


"여보세요?"


"어?... 아니 그게..."


"됐어! 앞으로는 말하는데 집중 안 하면 내가 한 말이 뭔지 퀴즈로 낼 테니 못 맞추면 알지?"

"기회는 단 한 번이야!"


그때부터 아내는 나와 얘기할 때 기습적으로 퀴즈를 내기 시작했다.


난 의도적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점점 히어링이 점수가 높아졌고 기습 퀴즈의 횟수도 줄어들었다.


생각해보면 아내와 연애하면서는 얼굴을 뚫어져라 보며 한마디 한마디를 새겨 들었다.

무엇을 원할까

어떻게 기쁘게 해 줄까

퀴즈를 내지 않아도 아내의 삶이 내 안으로 들어왔었다.


clem-onojeghuo-eOe81Ux2DUw-unsplash.jpg


그런데 지금


결혼 10년 차 주부이자 워킹맘

초2 딸아이의 엄마


지금 나는 그녀의 삶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생각했다.


아마도

아내가 말한

"내 말 듣고 있어?"의 진짜 말뜻은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지금의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줘"

kelly-sikkema-LzC5WBafIBk-unsplash.jpg



작가의 이전글눈으로 말하는 아이